낙엽은 바란다


김 익 택


 

 

이미 생명이 다했다고 함부로 밟지 마라

나는 죽었어도 내 오지랖에 새 생명이 숨 쉬고 있느

봄 바람에 나풀나풀 춤을 추는 제비나비 너의 발자국으로 인해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느니

정담 나누는 연인의 미소처럼

사랑만 부드러운 것이 아니라 

새 생명은 한결 더 사랑스럽거

낙엽 밟는 소리가 아름답다고 죽음의 소리까지 아름다운 것이 아니리

걸을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을 밟을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는 자이나교 스님의 발자국처럼

너의 발걸음도 가벼이 걸어가다오

살아서 아름다운 것이 있다면

썩어서 아름다운 것이 있는 법

할 수 없이 나를 밟고 가야 한다면 마구 뛰지는 말아다오

비록 힘이 없어서 이리 저리 바람에 몸을 맡긴 처지이지만

소리의 운치와 공간의 허무를

시각의 미학과 청각의 순수를

정서가 메마른 너의 빈 가슴에 채우느

나는 오늘도 꿈꾸느니

자연의 품으로 돌아 갈 수 없다면

어느 여인의 일기에 한 줄의 시가 되고 싶고

고독한 청년의 책 갈피 속의 누드가 되고 싶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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