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버드나무를 보고 있으면

김익택

 

 

 

당신 보면

생각나는 것이 있네요

봄은 아기 손같이

여름은 머리 감는 숙녀

긴 생머리가 생각나네요

 

바람소리에 흔들리는

가을 어느 날

지조가 없어 보여

동정이 싫었지만

 

바람이 살을

발라 먹는 겨울

부드러워야 살 수 있는

야윈 뼈는

삶의 진면목이었지요

 

수양버드나무의 고백

김익택

 

 

수양 버드나무는 혼자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머리를 감을 때는 가랑비를 비를 기다려야 하고

빗질할 때는 산들바람을 기다려야 한다

제 얼굴을 보려면 숨소리도 멈추어야 만큼 간절한 바람으로

적막이 감도는 바람 한 점 없는 대낮을 기다려야 한다

 

사계절을 하루같이 진득하게 땅속에 평생 발을 묶어 놓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바람 아니고는

무엇 하나 전달할 수도 없고 숨길 수도 없다

 

어질러진 속내를 털어 놓을 곳 또한 물 그림자뿐이다

 

어디 하나 숨길 곳 없는 버드나무는

파란 하늘 머리에 이고 파란 초록 물그림자 머리카락 늘어뜨린 채

새벽 안개 아니면

실바람에 나뭇잎 하나도 제 모습 감추지 못한다

 

평생 제 머리카락을 보고 자라는 수양버드나무는

물그림자가 삶의 거울인 동시에 굴레이다

 

연초록 4월은

김익택

 

 

들과 산을 연초록으로 물들이는 4월은

꽃보다 아름다운 아이가

초록 옷을 입고 노는 것 같이 풋풋하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온대로

눈에 비치는 초록빛과 초록향기는

아무리 나누어도 모자람 없는 기쁨 뿐이다

 

 

 

빛 공기 물

김익택

 

 

늙어도 늙지 않고 죽어도 죽지 않는 것이 있다

매일매일 나를 살리고

매일매일 나를 죽이는 것이 있다

매일매일 감사해도 모자라는 것이 있다

내가 나를 보게 하고

내가 나를 느끼게 하고

내가 나를 사랑하게 하는

 

 

그 어디서 오실 그대에게

김익 택

 

그 곳에도 꽃피고 새싹이 돋는 봄은 있는가요

봄이 있다면 꽃바람도 불고 꽃비가 내리겠지요

해마다 봄이 오면 꽃피고 새싹 돋는 낯설지 않는 봄

세월 환갑지나 칠순 목 전

내 가슴은 피지 않는 꽃과 새싹은 요원의 꿈인가요

생각이 소식을 만들고 상상이 답장을 쓰는

아직도 나는 어린아이 가슴

사랑을 찾고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찾지 못하고 채우지 못한

가슴에 피는 꽃은 올해도 봄이 와도 피우지 못하는 꽃

사랑 찾는 날은 더 외롭고

꿈꾸는 많은 날은 더 슬퍼 눈물이 나

부끄러운 일 아닌데도 미안해 돌아서서 울었죠

사랑은 그런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심장이 뛰는 그 원동력이 희망이라면

나이를 초월하는 것이 사랑

전설처럼 꽃으로 환생하는 시대 아니라면

기회는 반드시 오는 것 아닌가요

그대 언제 어디서 오실 것을 믿고

맞이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그것이 삶의 예의 아니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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