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화포천에서

김익택

 

 

태양은 화포천속에 잠겨 있는

화포천 물안개는 태양을 품고

 

그 속에 있는 나는

넋을 잃은 채 허수아비마냥 서 있다

 

 



 

화포천의 영혼

김익택

 

 

지난 겨울

땅속 물속에서

살아도 죽음같이

숨죽이고 살았던

화포천 생명들

 

땅거미 가시 않는

봄날 이른 아침

 

회포천 영혼은

아무도 모르게

뭍에서 숲에서

물에서

소리 없이 피는

물안개를 타고

 

뭍으로 걸어 나와

동트기 전

풀잎을 쓰다듬고

 

나무를 쓰다듬고

마지막 한 방울

빛을 머금은 보석이 되었다가

삶의 기적

생명수가 되기 위해

다시 땅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지금 화포천은

김익택

 

 

그 옛날 나룻배

발발이 실어 나르던

삼배 짐은 흔적 없고

갈비뼈만 앙상한

임자 없는 고깃배 한 척

갈대 숲 우거진 강가 목메고 있다

바람이 게으른가

물길이 게으른가

힘 없이 늘어진 수양버들

물가에 잇대어 졸고 있고

족보도 알 수 없는 베스

물구나무 물질을 하고 있는 사이

정처도 알 수 없는

황소개구리 울음 소리

화포천을 호령하고 있다

 

화포천의 새벽풍경 -01

김익택

 

 

물의 신령 일까

고기의 혼령일까

비단 안개

환영처럼 피어난다

붕어 메기 연무 속에서

여기 저기 뛰어올랐다 잠수하고

동쪽 산 마루

떠오르는 태양이

붉은 조명처럼

버드나무 잎 사이로

빗살처럼 쏟아진다

 

화포천의 새벽풍경

김익택

 

 

바람 한 점 없는 고요 속에

아스라히 피는 하얀 물안개

쏟아지는 붉은 빛에

뛰어 노는 물고기는

천연의 무대에서

빚어내는 오묘한 풍경

어느 혼령의 세계가

저리도 환상적일까

 

해 뜨고 안개 걷히는 시간 20분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꿈 같은 풍경

짧아도 너무 짧고

아쉬워서 너무 짧다

 

가시지 않는 감동

마음에 남겨두고

돌아서는 발길에

 

떨어지는 감격

표현 할길 없어

발길을 돌려도 고개가 돌아가고

참아도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지금 화포늪은

김익택

 

 

 

수면을 잠식한 노란 어리연

하늘을 수놓은듯 노란 꽃밭이다

 

창포가 춤을 추고

개개비 박새 황새가 노닐던 그곳에는

시기하는 총각같이

베스가 수면위로 튀어 올라

꽃밭을 난도질하고

 

핫바지 어부

노 저며 노래 부르던 그 자리에

제 구역을 순찰하는 똥개같이

황소개구리가

유유히 떠다니며 늪 동태를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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