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매화는 칼바람에 핀다
김익택
마지막 겨울을 재촉하는 2월
아직도 북풍 바람속엔
눈도 있고 얼음도 있다
저 매화나무는
무슨 배짱으로 꽃을 피울까
가르침과 배움은
해마다 다르지 않아
매화는 올해도
피다가 얼어 죽을지언정 핀다
꺾을 수 없는 의지가 희망이라면
생명은 더 소중하것인데
세상 모든 삶들이
서둘러 좋을 것 없는 것이
좋은 삶이라면
그래도 책임의 할 일은
알아야 할 정보를 알려주려는 것
그래서일까
매화는 올해도 영하의 날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곱게도 피고 있다
매화는 장족 처녀 노래처럼
김익택
저 노래는
하늘이 인간에게 보내는 삶의 부침인가
우리 네 하소연
슬픔과 희망의 고뇌 외침인가
하늘과 땅을 지향하는
몸짓 손짓 발짓의 어울림이
높은 산에 쌓인 만년 설을 녹여
깊은 계곡을 흐르는 물같이
정신과 영혼을 관통하는 소리
한번 두번 세번
들으면 들을 수록
내 안의 슬픔 끌어내어 꽃바람에 말린다
세상의 제일 아름다운 꽃
김익택
세상엔 참으로
아름다운 꽃이 많다
노래하는 꽃
춤추는 꽃
연주하는 꽃
글 쓰는 꽃
그림 그리는 꽃
일하는 꽃
그 중에 제일 아름다운 꽃은
몰아지경의
무아의 꽃
매화 너도 그렇다
사랑 예지력의 차이
김익택
눈썹의 떨림과 입술의 떨림의 차이를
나는 아는데
너는 왜 모를까
너 모르는 사이
내 눈빛이 너의 복스러운 머리칼 속
숨은 귀에 속삭이기를
수 십 번
너의 말이
내 귀를 쫑긋이 세워 네 마음 헤아리기를
수 십 번
그러면서도 들킬까 얼굴이 붉어지기를
또 수 십 번
사랑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예의의 시작은 사랑이란 걸
잘 알아
너가 알았다면 사랑도 부끄러운 일
더욱 마음 아파
그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지
사랑하면서 하지 않는 채
아프면서도 안 아픈 채 웃고 있는 것이지
나이와 정신 사이
김익택
존재가 거짓처럼
꿈이 현실처럼
모호한 걸 보면
삶과 정신 그 사이
진정 나를 찾는
거미줄에 걸려
흩트려 놓은 퍼즐을
맞출 수가 없다
희열의 기쁨도
전율의 아픔도
과거가 되고 나면
분별이라는 말
그 의미 찾을 수가 없다
그 어떤 전생
김익택
땅속에 묻혀 있던 반질반질한 돌
여기가 바다였던가 강이었던가
나이를 잊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역사에도 없는 어느 전쟁의 병사
억겁의 세월에 첫 세상 구경일까
꾸며서 얻은 답일지라도
눈길을 외면할 수가 없다
단단하고 매끄러운 그 표면이
알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그 어떤 정보를 알려 주는 것 같은데
읽을 수가 없다
태양이 돌려세운 시간
김익택
대화를 잊은 건 세월만이 아니었다
오늘은 어제를 내일은 오늘을
죄의식없이 살아오는 동안
태양은 단 하루도 가만있지 않았음은
가슴이 메말라
울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고
잊고 있던 내 얼굴을
친구 얼굴을 보고 확인하는 순간
부음소식을 받아 놓은 대기 순번이라는 것을
우크라이나 병사
김익택
눈물을 머금고 이를 악물고 참호 속에서
인내로 말로 못다한 숨은 얘기가 있다
창과 방패는 살기위해
단번에 막을 우월함과 단번에 쓰러뜨릴
제압하고 쏠 생각만 한다
가슴에 피돌기가 얼굴에 화통이 될 때까지
희망과 희열은 두려움속에 피는 꽃
민족의 생존을 걸고 민족 평화를 건
죽음을 원하는 승리는 양보를 모른다
묻지 마 관광
김익택
내 몸을 싣고 가는 관광열차
차창이 바람과 싸우는 사이
음악이 춤을 추며 달려간다
술 한잔해요
노래를 부러요
춤을 춰요
사랑은 아름답지요
노래는 차창 밖을 모르고
차창 밖은 실내를 모른다
눈과 눈 마음과 마음이
주파수를 맞추는 사람들
이름도 나이도
어디 사는지도 관심은 금물
오늘 하루 행복은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너는 너 나는 나일 뿐이다
사막의 화원
김익택
사막에 내리는 비에 피는 꽃은
천상의 화원도
그런 회원이 없죠
피는 꽃의 삶은 고작 일주일
피고 나면
또 언제 필지 기약이 없죠
벌과 나비가 꿀을 빨고
알을 낳고 부화하는 것도
일주일
그 다음 삶은
미래를 장담 못합니다
어디서 어떻게 생존하고 있는지
아는 것은
고난은 길어도 행복은 짧다는 것
기다림이 삶이고
기다림이 희망이고 사랑이라는 것
시간이 시간에게 제동을 거는 것은
김익택
삶과 죽음의 시간이 시간에게 제동을 걸었다
지혜의 여신의 선물은 평화
고대에서부터 미래까지 지키기 위해
남의 밥그릇을 뺏았고 피를 흘렀다는 것
터무니없는 행동 일지라도
삶의 길라잡이는 죽여야 내가 존재한다는 것
삶을 실험하는 일이라 해도
과하지 않다는 것
실수 그 다음은 왜곡을 할지라도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
몰랐던 20대
김익택
누군가의 희망이었고
누군가의 사랑이었고
봄이었고 꽃이었던
20대
있긴 있었던가
기억을 앗아가는 세월
과거가 꿈만 같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고기 국
지글지글 노릇노릇 익어가는
삼겹살도
이가 튼튼했을 때 맛
잃어버린 몸과 정신 내림은
자식으로부터
예전 나를 볼 수 있음은
말하지 않아도
뿌듯하게 가슴 새김은
이제는 누군가의
전통이 되고 사랑이 되고
행복이 되고 추억의 뒤안길이 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들도 한때는 신시대였고
세대의 총아였다
세월이 나에게
김익택
늙음이 몸과 정신을
내 놓아라 한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팔을 흔들고
두발로 걸어가는 것까지
재동을 건다
닳고 낡아서
사용하면 고장이 난다고
뇌는 기억을
가슴은 감정을
잊게 하고 잃게 한다
미련도 아쉬움도 짐이 된다고
돌아보는 것도 욕심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