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가 부탁하는 말

김익택

 

 

귀 없어 듣지 못한다고 무시하지 말고

가슴이 없다고 마음에 담에 가지 말고

고맙다 다정한 한마디 해주고 가렴

 

내가 입이 없어 고맙다고 인사는 못해도

너를 보고 웃고 너를 향해 흩날리는 향기

인사라고 생각해 주면 안 되겠니

 

그래도 믿어지지 않는다면

네가 모르는 귀와 가슴을 가진

나를 밝혀주는 빛이 있고 바람이 있지 않은가

 

 

매화를 기다리는 마음

김익택

 

 

내리는 눈을 맞으며 피는 꽃이

너에게 눈물일지라도

나에겐 향기로운 보석으로 보인다

삶이란 삶을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

그냥 꽃으로 피어도

귀하고 귀한 존재인데

하물며 눈까지

너에게 아픔의 극치일지라도

나에겐 산모의 고통 뒤

아기 울음소리

욕심이 욕심이 부르는 것이라 할지라도

올해는 꼭

꽃 위에 소복이 앉은 눈을 보고 싶다

너를 보고 웃고

너를 보고 꿈을 가지는

아이이들 가슴에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

 

어떤 삶의 주장

김익택

 

 

맑은 영혼이

꽃으로 환생하기까지

계절은 가만 있어도

없는 죄를 추궁하는

고통 응축의 시간

 

제 살을 갉아먹으며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제생명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DNA

보존본능의 절대성

 

내가 나를 알지 못해도

알아봐 주는

제3의 눈이

제 의무를 다 할 때까지

나 것이기 전에

너의 것임을 주시고 있다는 것

 

기억과 세월 사이

김익택

 

 

체력의 고통이 가슴에 새기는 건

젊음이 영원한 줄 알았던

잠깐 착각이었다

고갈되는 체력을 살다보니

죽음을 함께했던 동료 이름도 잊고

얼굴도 가물가물 하다

 

그래도 잊지 않는 건 군번

 

죽어도 존재를 알려야한다는

각인은

어머니 생일을 잊고

아버지 기일을 잊고

내 생일까지 잊어도

전역하고 나면

아무짝 쓸데없는 군번을 기억하고 있다

 

참 이상하다

 

하지만 정작 군생활땐

힘든 훈련중에도

퍼뜩퍼뜩 떠 오르는 건

보고싶은 사람 얼굴이었다

 

하기야 아직도 생각나면

어제같이 설레긴 하지만

그 사람 얼굴도 가물가물 하다

 

사랑을 접고 난 뒤

잊음이 우선이라서

기억은 잊어도 추억은 잊지 못하나 보다

 

이성 마비

김익택

 

 

내가 할 수 없는 내 가슴에 청소는

누가 해주나요

 

보이지 않아 붙잡을 수 없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뇌가 좁다고 아우성을 치네요

 

생각과 생각이 행복을 붙잡지 못해

거들 수 없는 한이 가슴을 마구 찢어

불을 붙이고 있네요

 

한잔의 술로 부족해요

욕설로도 만족을 못해요

발악이 부채질하고 있네요

 

행복추구와 현실의 충돌을

겉잡을 수가 없네요

사랑도 버리고 꿈도 버려도

저돌적인 생각은 줄지가 않네요

 

밤낮없는 이 무지막지한 횡포를

누가 막아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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