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쌍의 목련꽃

 

김 익 택

 

 

화려함은 없을지 몰라도 우아함은 있지

수려함은 없을지 몰라도 순결함은 있지

 

부끄러워할 일 아닌데도 수줍어 하고

감출 일 아닌데 고개 숙여 붉은 얼굴 감추는

그 옛날 아낙을 닮은 꽃이여

 

새 아씨 치마에 수놓은 자주 빛 목련같이

새 신랑 하얀 두루마기같이

 

백목련 자목련이 사로 마주보며 봄 빛에 웃고

봄 바람에 춤을 춘다

목련꽃이 질 때면

 

김 익 택

 

 

그대 하얀 속살은

내 어머니의 뽀얀 모유의 빛

 

그대 자색 꽃잎은

내 어머니 옷고름

 

그대 피어서 질 때까지

한국의 어머니 모습

 

연두 빛이 짙어 가는 봄

그대가 지고 나면

 

초록으로 달랠 수 없는

깊은 슬픔이 가슴을 적신다

 

그리움 하나

김 익 택

 

 

대낮인데도 보이지 않아

잃어버린 것 없어도 허전해

울일 없는데도 눈물이 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무엇 하는지도 몰라

쌓아 두지 않아도 무거워

현실이 아닌

생각이며 상상이라는 것

일면서도 삶에 제약이 되

자유로워도 자유롭지 않고

감시자가 없어도

예의의 웃을 벗어 던질 수가 없다

 

삶은 잠깐

김 익 택

 

 

지나고 나면 짧은 삶 잘 살았는지 못 산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살았지만 불만은 있었고

열심히 살았지만

행복한 기억보다 아픈 기억 많습니다

하고 싶은 것 많았지만 이루진 것 없고

갖고 싶은 것 많았지만 가지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그것이 삶이라고

실망할 필요도 없고 부러워할 필요 없다고

남을 위한 희생 또는

봉사한 기억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내가 나를 위해 살아도 늘 부족했습니다

목적은 꿈이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나니

의지는 건강이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사랑도 자유도 평화도 미래의 희망까지

나의 몫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제 몸 하나 관리하지 못하는

한갓 노파일 뿐

권의 존경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착각을 알았을 땐

초라한 늙음이 서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빈바람이

삶의 무거움을 깨닫게 했습니다

 

나를 위한 위로

 

김 익 택

 

 

나에게 도움되지 않고 삶에 도움되지 않는 자책

이제 그만 두려고 해요

그동안 얼마나 내가 나를 구박 했던가요

내가 나를 위로하면 또라이 같아서

허용심에 가득 찬 나머지 터부시했던

나를 위한 위로 했던 적은 있었던가요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믿을 까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 줄까요

시작은 첫 걸음부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누구나 아는 말을 왜 무시하며 살았을까요

오기와 자만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왜 몰랐을까요

사람이 사람을 무시 했을뿐

세상은 단 한번도 무시하지 않는데

나는 사람만 보고 세상을 보지 않았나 봐요

눈에 보인 것만 삶이고 세상인줄 알았지요

침침한 눈 어두운 귀 답답한 코 연약한 치아

그동안 나를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데요

다리를 노예 삶아 얼마나 무리했으며

가슴과 어깨 고통 혹사시켰을까요

이제 나는 나에게 인색했던 그들에게 위로를 하려고 해요

아니 사랑하려고 합니다

아픔을 위로하려고 합니다

아낌없이 주었던 사랑 아낌없이 희생했던 육신에게

서로 위로하고 다독이며 살려고 합니다

늦었지만 죽는 그날까지

 

 

 

자목련의 겉과 속은

김 익 택

 

 

세상의 어느 꽃이

너그러운 품성이 느껴지며

세상의 어떤 꽃이

모성적인 감성이 느껴질까

맑은 하얀 속은

깨끗하기가 그지없고

고운 자색 겉은

어질기가 그지없다

목련 그대 피는 3월은

 

김 익 택

 

 

그대 피는

돌담장엔 훈기가 돈다

대문은

열어야 할 것 같고

마당은

비질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대 피는

개울에 얼음이 녹으면

물소리 더 맑다

그대 피는

장독은 오랜만에 숨을 쉬고

그대 피는

새벽엔 닭 우는 소리 우렁차고

개가 짓는 소리 반갑다

 

목련의 그 넉넉함은

김 익택

 

 

 

파란 하늘에 더 어울리는 넉넉한 꽃잎은

사랑을 품은 듯 너그럽고

 

은근히 이끌리는 건강한 모유 빛은

향수를 일으키는 듯 정감이 묻어난다

 

그래 알겠다 많은 사람들이 너를 두고

어머니를 얘기하는지

 

 

백목련의 모심

 

김 익 택

 

 

관심 없어도 외롭지 않고

간결해서 뭇 사람들에게

관심 밖 이어도

그대를 사랑하는 매니아는

고운 숨결에 매료되어

눈을 때지 못합니다

 

그 이유 새기면 새길수록

돌아서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런 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 잘못 없어도

괜히 미안한 생각에

발길을 돌리면

내 몰랐던 꽃의 심성

하얀 빛이

모심을 불러 세웁니다

Forestella/Scarborough fair

김 익 택

 

 

그들의 마음이 믿음으로 이겨 낸

붉은 사랑이 담뿍 물들었어요

발갛게 익은 사과의

상큼한 맛도 있고

아픔을 참다 못해

알알이 터지는 쓴 석류 맛도 있고

정의와 의로움을 믿은

달달한 홍시도 있고

뜨거워서 더 달콤한 군밤 맛도 품었네요

그들의 가슴엔 인내가 풍성한

단풍이 곱게 물들었어요

남은 건 사랑 밖에 없다고

노랗게 물들은 은행잎도 있고

외로움 괴로움을 승화시킨

빨간 단풍잎도 있네요

정들어서 떠나고 싶지 않아서

물가에서 맴을 도는 자작 나뭇잎도 있고

피어서 아름다운 기억까지 향기롭다면

가져갈 것은 내년의 약속

서리속에 국화꽃 향기를 담아 두었네요

 

'목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목련의 품격  (0) 2022.03.29
정숙한 꽃 자목련  (0) 2022.03.29
목련꽃 촛불  (0) 2022.03.28
목련이 피면  (0) 2022.03.27
백목련  (0) 2021.06.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