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한 꽃 자목련
김 익 택
장미가 그만할까 국화가 그만 할까
향기롭지 않고 화려하지 않지만
우아함 속에서 묻어나는 정감은
정숙한 한국여인을 닮았다
향기 없어 벌 나비 없고
치명적인 아름다움 없어
일부러 너 보려고
길 나서는 사람 없지만
보이는 멋 보다
감춤 속의 아름다움은
매니아가 아니어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대가 댁 안주인이 외부 손님 맞이하듯
소리 없는 은은한 미소는
만리 길 밖을 떠나서도 생각나
입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생각이란 거 참 이상해
김 익 택
생각이란 게 참 이상해
반갑지도 않은 기억들이 눈치도 없이
불쑥불쑥 생각나는 걸 보면
잊고 싶어도 잊어지지 않고
감추고 싶어도 감추지 않는 걸 보면
참 예의도 없어
하기야 얼굴도 없어 붉힐 수도 없고
양심이 없으니까 부끄러움도 없는 것이지
시도 때도 없이 떠 올라 나를 난처하게 해
이제는 네 그 자리에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어
그래도 안 되면 미리 경고를 해주면 좋겠어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게
무안주는 것이 너 장기 아니잖아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실수도 할 수 있는 거잖아
평생 성인군자 산다는 거 그것이 말로 사기이지
그렇지 않는가
잘못을 상기시켜 나를 다듬는 기회 제공도 있지만
나는 네 무례한 침범은 싫어
앞으로는 자제해 주면 좋겠어
부탁해
난 인연은 안 믿어도 운명은 믿어
김 익 택
가는 발걸음을 돌려 내 곁에 있어 줄 래
너도 외롭다고 했잖아
사랑한다는 말
안 해도 되 언젠부턴가
그대 없이는 삶의 의미를 잃어 버렸어
내 마음 너도 알잖아
한번 마음먹으면 변치 않는다는 거
지금은 사랑하지 않드라도
진실을 믿어
난 인연은 안 믿어도 운명은 믿어
사랑이라는 거
첫눈에 빠질 수도 있지만
만나면서 사랑할 수 있다는 거
미움 없다면 사랑은 있다고 생각해
조용히 내 마음의 소리를 들어 봐
무슨 말을 하는지
사랑이 무엇인지 운명이 무엇인지
내가 그대 곁에 있을 께
있어도 모르고 알아도 불편하지 않는
그림자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