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포천의 봄 이야기
김 익 택
화포천 늪을 호령하는 저 오리때도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 될까
하루 다르게 세상은 초록인데
아직 떠나가지 않고 있다
상생할 수 없는 겨울과 봄을 잊었는가
서둘러 찾아온 휘파람새는
찔레꽃 가지에 앉아 꽃을 재촉하고
키 작은 별꽃은 길가에 바짝 엎드려
하얀 서리 머리에 이고 하늘보고 웃는다
오늘 하루도 너 생각에
김 익 택
오늘도 그 카페 그 자리에는
다른 커플이 앉아 있다
미소가 아름다운 여자
눈매가 서글서글한 남자
예쁘게 보이고 다정하게 보인다
아름다운데 가슴이 아파 거리를 나왔어
내 눈에 보이는 풍경
아름다우면 아름다운대로
내가 외로워
대낮부터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어
술잔 따르는 소리
참새가 뛰어다니고
테이블에 떨어진 소주방울이
흐려지는 눈물 같았어
소주가 정신을 위로할 만큼
연거푸 마셨어
거리는 울어도 안 보일 만큼 어두웠어
혜리 낮 익은 이름 뒤에
지난날들이 영상이 되어 흘러갔어
차 없는 거리를 나와
눈에 익은 길 모퉁이
만나면 반가워서
잡았던 손에 땀이 베고
헤어지면 아쉬워서
꼭 껴안았던 가슴이 떨렸던 곳
많은 날 곳 만나고 헤어졌던 곳
너는 없고 나만 홀로 서 있어
혜리야 보고 있니
너의 이름을 불러 놓고
까만 하늘은 바라 보았어
지난 날을 모두 알고 있는
가로등이 말없이 비추고 있었어
얼음 꽃
김 익 택
차가워야 꽃을 피울 수 있는 운명이었지요
생명은 무상대여 사랑은 공유였조
흘리는 눈물 방울방울 꽁꽁 얼어야
꽃을 피울 수 있었지요
외로움을 필수였고 수다는 일방통행이었지요
사랑은 결코 따뜻한 것이 아니었죠
관심은 사치였지요
심장은 물고기에게 빌려주었고
눈은 버드나무에게 주었지요
삶은 유통기한도 없었지요
매 순간순간 나보다 너를 위한 삶이었지요
사랑이 마지막이고 이별이 시작이었지요
사랑 참 얄궂다
김 익 택
내마음에 도둑이 있었나
내가 욕심이 많았나
너의 목소리 듣고 싶어서
너의 숨소리 느끼고 싶어서
전화 하려다
망설이기를 수십 번
가슴이 떨리고
설레기를 수십 번
좋아서 아프고
좋아서 괴로운 것이 사랑이라면
사랑 참 얄궂다
헤어지는 운명도 있다는 걸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지
그건 너도 마찬가지 였잖아
사랑하면 아픔이
동반되는 우리 사이
오해가 이해가 되기까지
사람 그것 참
얄궂고 짓궂다
민들레 이별
김 익 택
바람아 너는 나에게 서러운 손님
손 없고 발 없는 나를 데리고 갈 때는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어두운 밤에
정신없이 나를 데려가려 주라
한번 떠나면 못 만나는 삶
내 어머니 속상하지 않게
이왕이면 아주 멀리 보내 주면 좋겠어
어디 간들 어려운 삶이겠지
바람아 바람아 너는 나에게 외로운 손님
여기 도심공원 말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이었면 좋겠어
만남이 이별이고 이별도 만남인데
다시 볼일 없겠지만 살아야 한다면
들풀이 살고 들꽃이 사는 농촌이면 좋겠어
그래도 아니되면 새들이 날아오는 곳이면
그 어디든 좋겠어 꼭 부탁해 바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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