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인사는 하지 말아요
김 익 택
마지막 인사는 하지 말아요
소리 없이 떨어지는 꽃잎도 아픈걸요
내 눈에 보이는 것 모두
아름다운 것 아니지요
가만 서 있는 하얀 목련도
쓸쓸하게 보일뿐
괜찮아 그 말조차 위로 아니라
슬픔입니다
그냥 그대로 두세요
울고 싶으면 울고
울다 지쳐도 그냥 혼자 두세요
만남도 떠남도 남의 얘기가 될 때까지
묻지도 말고 위로도 하지 마세요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이별은 위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무관심이 사랑입니다
아픈 것이 사랑이고
그리움이 이별이라는 것
누가 가르쳐주는 것 아니죠
슬픔은 평생 슬픔 아니고
아름다움은 평생 아름다움 아니지요
떨어지는 낙엽도 슬픈 걸요
그러니 그대
우리 서로 위로 말 하지 말아요
백목련의 미소는
김 익 택
외로운 가지가 부러질 듯
몽글몽글 달려있는
어머니 가슴 목걸이 백 보석같이
송글송글 맺혀있는
먹음직한 하늘나라의 과일같이
탐스러운 그대는
이른 봄 희망을 알리는 깃발 아닌가
백목련의 알림 뜻은
김 익 택
맞다 고통이 있고 역경이 있어도
미소로 달래고 말씀으로 설득하는
우아한 어머니의 눈빛을 닮았고 미소를 닮았다
아니다 잘못 없어도 오늘 하루를 기도하는
소녀 이마를 밝히는 촛불을 담았고
길가는 숙녀 어두운 밤길을 밝히는 초롱 등불을 닮았다
그래요 아파도 참고 그리워도 참아서 삭여 낸
삶의 참 빛 순결과 순수한
사랑을 담았고요 봄을 담았네요
사랑이 사랑이 아님을
김 익 택
피아노가 우는 소리를 처음 들었어
비소리가 슬픈 울음 소리인 줄 처음 알았어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밖을 나와 걸었어
울어도 모를 만큼 비가
내 머리를 적시고 내 어깨를 흠뻑 적셨어
내리는 비가 너무 시원했어
가슴까지 씻어 주기를 바랬지
이 비가 올때까지 마음껏 울고
이 비가 그치면 깨끗이 잊기를 바라면서 걸었어
이제 사랑하지 않겠다고
아니 사랑은 믿어도 사람은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사랑이 진실보다 능력을 좋아하는 몰랐어
나는 그런 사람이야 그러니 잊어 줘
드라마에서 들을 수 있는 그 말을
순수했던 그 사람 준수한 그 사람 입에서 나오는 말
내가 듣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엔 잘 못 들었나 싶었고 기가 막혔어
이유가 되 냐고 내게 한말 거짓말이냐고
따지기도 싫고 마주하기도 싫었어
아니 매달려서 안 될 일이 아님을 느꼈어
믿음이 소망이 되는 것임을
의심하지 않은 내가 바보였음을 깨달았어
더 많은 내리기를 바랬어
더 많은 비가 내 믿음과 내 사랑을 씻어 주기를 바랬어
사랑이 사랑이 아님을 믿음이 믿음이 아님을
몰랐던 나를 깨끗이 씻어 달라고
우리 만남은 여기까지
김 익 택
우리 만남은 여기까지 인가 봐요
그대가 먼 산 보며
조용히 하는 말 슬픔보다 더 무거워
주저 앉고 싶었지요
내 잘못도 없고 이유도 없어서
따져 물을 수도
싸울 수는 없었지요
만나면서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일방적인 통보에
할말이 없었지요
아니 말을 해도 들을 줄 같지 않았지요
애써 태연했지만
말소리까지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요
내가 아무리 사랑해도 안되겠지요
만나는 동안 즐거웠어요
저 먼저 가 볼께요
나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 뒷모습도 보지 않았지요
한동안 하늘만 바라보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