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의 사랑 교훈

김 익 택

6월 땡볕

먹이 물고 날라오는

아비 맞이하는 어미

입맞추고

목 비비고

위로하며 격려하는 모습

신혼부부 못지않다

꽥꽥꽥

한결같은 소리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만

그들이 주고 받는

소리와 행동은

한폭의 그림이고

한편의 시이며

각본 없는 행위예술이다

아니

그들이 하는 행동은

기억과 추억 속에 잠 자고 있는

그립고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회상

퍼포먼스 아니라

투명한 진실

알아도 못하고

하고 싶어도 못하는

기본적인 도리이며 예의를

나 또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경종의 울림이다

기다리는 마음

김 익 택

차라리 언제 오신다고 말을 하지나 마시지

당신이 말 하지 않았다면 내 마음 이렇게 초조하지 않겠지요

당신 오신다는 말씀에 왔다갔다하는 금 불알 시계를

뚫어지도록 볼 때마다 내 가슴이 몇 번이나 열렸다 닫혔는지 몰라요

바람소리에도 닫힌 방문 열릴까

깜짝깜짝 놀라기를 몇 번인지 모릅니다

당신 기다리는 동안

나에게 밤은 그냥 밤 아닙니다

물밀 듯 밀려오는 불안과 초조 망상을 지우고 참는 일입니다

기다림이 당신을 밉게 한다는 것

당신을 알고부터지만

기다림이 설레게 한다는 것도

당신을 알고부터입니다

오늘밤은 생각이 많은 밤입니다

이렇게 애타는 내가 싫어

음악을 듣고 책을 읽어 보지만

내 머리 속에 있는 당신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잊으려니 더 생각나는 당신

기다림이 무뎌지면 사랑도 멀어지면 어떡해요

약한 맘에 파고드는 우려와 염려를

스스로 내게 묻는 나 몇 번이나 외로워 했는지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나에게 당신 기다림은

작은 상처 곪아 가는 시간 다름 없습니다

매양 부드럽던 믿음의 이부자리가

고습도치 이부자리 되는 것이고

매양 따갑던 불신의 이부자리가

부드러운 밍크 모피 이부자리 되는 것인데

내 마음 어찌될까 나도 모릅니다

나에게 당신 믿음은

보이지 않는 곳 멀리서도 내가 당신 가슴을 느낄 때입니다

당신도 저처럼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내 입술의 진실한 말을 생각 할 줄아 알아야 합니다

이유 없는 기다림은

초침이 숨 조르고 어둠이 믿음을 앗아가는 시간일 뿐

그리움의 징표 망부석 아닙니다

이유 없는 기다림은

오래 두면 우려나는 포도주가 아니라

고름처럼 곰삭은 식초가 되는 것입니다

당신에 대한 나의 예의가 집착이 되기 전에

훌훌 털어버리고 나 달빛 밝은 날 어디론가 떠날지 모릅니다

그때 불러도 빈 바람의 그림자일 뿐

우연의 만남이 다시 찾아온다 해도 그때는

인연 끊은 수도승처럼 나 당신을 영영 외면 할지 모릅니다

백로 새끼의 삶

김 익 택

오늘 하루도

늘 배고픈

새끼 백로에게

기다림과 인내는

삶의 기본을 철저하게 익히고 있다

그늘 없는

나무 꼭대기 둥지에서

알몸으로 뜨거운 태양 맞으며

헐떡거리는 모습 보고 있으면

부모 된 맘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 삶의 진리

백로 새끼는 태어나면서

삶의 처절함을 배우고 있다

더 크게 울고

더 크게 입을 벌리고

내가 살아야 형제들의 삶이 있음을

누가 가리켜 주지 않아도 알아

나눔이라는 단어는 사치

산다는 것은

살아 남는다는 것은

오직 나를 위한 몸 부림

먹이를 앞에 두고

우애도 없고 의리도 없고 양보도 없다

그림자의 진리

김 익 택

그림자가 아름다워야 진실한 삶입니다

무게도 없고

책임도 없고

추궁도 없지만

제각기 느끼는 삶들은

마음에 간장 독 하나 가지고 삽니다

소리도 없고 냄새가 없어야 아름다운 삶입니다

이 땅에 그런 사람들이 남기고 간 것은

가슴에 이는 바람 아니면

아무짝에도 설 때 없는 작은 돌멩이 몇 개

그대 그림자 자취 너무 깊어

소금에 간을 절이고 음지에 인삼을 키우는 삶

내 안의 욕 버리고 버려서 닮으려고 한 삶입니다

그늘은 더 넓은 흔적을 드리우는 법입니다

아파서 신음 소리 잦고

배고파서 울음소리 짖은 것은

그늘 진 땅에서 피는 꽃이 더 향기롭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

그늘진 곳이 더 많은 물을 머금고 늘 새로운 삶을

채우는 일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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