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의 저녁 미학

 

김 익 택

 

내 눈에 비친 그대들은

태양이 집으로 가기 전

 

다대포 바다에서

피고 지는 꽃이다

 

그 꽃을 피우는 것은

하늘과 태양과 구름

 

그 꽃의 주인공은 청춘

그 바다의 향기는

파도가 바람이 실어 나르고

 

그 바다의 미학은

파도가 제 몸을 사른다

 

그 바다의 사랑은

연인들이 만끽하고

 

그 바다의 풍경은

외로운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다

 

 

 

다대포 노을속으로

 

김 익 택

 

 

다대포 노을은

바다는 황금

사람은 보석

 

다대포 노을은

사랑의 마술사

 

모래 밟고 가는

연인들은

하나같이

행복에 겨운 사람들

 

꿀 같은 사랑

꿀 같은 행복

그것밖에

다른 느낌이 없다

행복한 모습 그들을 보며

 

김 익 택

 

 

다정하게 걸어가는 그들

웃음밖에 없고

행복밖에 없다

파도를 타고

서핑하는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는

추억에도 없는 그림

어느 누가

당신도 저들처럼

사랑의 대상이 되고

연인이 되어 걸어가라고

등 떼밀어도

그림의 떡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보는 것으로 행복하다

가슴에 내리는 눈물

 

김 익 택

 

 

내 가슴에 내리는 비는

꿈만 꾸다 저버린

소설 주인공의 눈물인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슬픔이 냇물처럼 흐르고

내 가슴에 내리는 눈은

손도 잡지 못한

영화 주인공의 눈물인가

행간을 넘을 때마다

아픔이 흔적없이 녹는다

이제는 잊으려고 해

 

김 익 택

 

 

어제는 술을 마시고 오늘은 화장해

새롭게 시작하려고 해

너 아니면 위로되지 않는 슬픔이 싫어서

오지 않고 기다리지 않는 사이가 된 지금

너의 목소리 너의 눈동자

모두 잊어야 내가 새롭게 되니까

그립고 아쉬운 사랑 아니라

이제는 그립지 않는 즐거운 사랑하려고

그런데 생각이 마음 같지 않아

뜬금없이 떠 오르는 것까지 막을 수 없었지

내 두뇌에 축척 된 너의 모든 것

어제는 독한 술로 씻고

오늘은 내가 나를 몰라보게끔 화장을 했어

마음의 위로는 내가 치유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리고 사람 없는 거리를 걸었어

생각 없는 사람처럼 잠시 나를 잊고

웃어도 비웃지 않고 울어도 관심 없는

바람과 친구가 되기로 했어

카페 유리창에 비친 내가 나를 보고 웃었지

수백 번 지나쳐도 관심주지 않았던

오래 된 향나무가 친구처럼 든든했지

이제는 눈에 보이는 것 모두 다르게 보이네

느끼는 만큼 사랑하는 만큼

그곳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

최소한 나를 떠난 너 보다 믿음이 준다는 것

내가 싫어 외면하기 전에는

벽화속의 풍경

 

김 익 택

 

 

뇌수(腦髓)가 오랜 된 벽속으로 들어갔다

그 속의 첫 풍경은

아이와 동물이 서로 웃고 떠들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곳의 삶들은

이념(理念)과 이념(異念)이 소통하고

이종(異種) 관계는 사랑과 정의가 평등했다

호랑이와 양들이 함께 놀고

악어와 사슴이 평화롭게 함께 놀고 있었다

세상은 블록마다 달랐다

목마를 태운 아이와 등에 업은 아이가

싸움 놀이를 했다

웃다가 고함을 치다가 웃었다

이긴 아이도 진 아이도 함께

백마와 독수리가 하늘로 날아 다니고

캥거루와 사람이 권투시합을 했다

무관심의 비극

김 익 택

 

 

반세기 동안 관심가지지 않았던 출구가

위험에 처했다

꽁무니 달고 들어오는 출구는 이유를 모르는 채

기다려야만 했다

아끼고 사랑하고 돌보고 유지하는 것도

공평해야만 했다

사용빈도가 높은 입구의 절반이라도

관심을 가져야만 했다

달콤한 맛에 취하고 달콤한 속삭임에 취하고

욕심에 취하는 사이에도

묵묵히 자기 임무를 수행했던 출구를

제힘에 지쳐 막혀버렸고 헐어버렸고

자정을 잃어버렸지

나 혼자 살수 없음은 삶의 진리

입구가 누렸던 영광의 스포라이트는

평생 희생을 미덕으로 살았던

출구의 덕분이었음을 알았을 땐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입구

예고도 준비도 없이

나를 위한 위로

 

김 익 택

 

 

아프지 말고 지치지 말고

그래 그래

산다고 고생 많았고 참느라고 참 많이 아팠지

이제는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살아 가렴

너는 그럴 자격 충분해

누구 뭐라해도 내가 알지

이제는 여유롭게 푸른 하늘도 보고 초원도 보고

밤하늘에 별 불어오는 바람을 즐겨 보렴

그동안 아프고 살고 바쁘게 사느라고

챙기지 못한 건강도 돌 보고 마음도 살펴 보렴

이제 흐르는 사랑도 미움도 눈물도

기쁜 눈물이었으면 좋겠어

잘못과 아픔과 괴로움은

곱 싶으면 곱 싶을수록 새기면 새길수록

솟아 나는 분노는 누가 가져도 아픔과 슬픔 뿐

내가 가져야 할 것은 자연의 품

누가 가져도 약이 되고 희망이 되는 사랑만 가지렴

미움과 원망은 내가 나를 아프게 할 뿐

바람과 물이 흘러 보내야 해

흐르다가 삭이고 구르다가 무색 무취

공평정대 진리가 되어 닿는 곳 마다

없어도 있는 생명의 근본이 되는 것처럼

그 옛날 너같이 아프고 아픈 사람들에게

손이 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는 일 하렴아

바람도 좋고 물도 좋은 그런 일

말도 좋고 마음도 좋고 물질도 좋은 일은

너는 몰라도 그에게 평생을 두고 가슴에 새기는

고마움 아니 되겠니

실 언

김 익 택

 

 

바보 같이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지

생각지도 않는 말이

나도 몰래 툭 튀어나오고 말았어

나도 황당하고 당황했어

어떻게 해명하지

그도 나처럼 그런 일 있었을까

주셔 담을 수도 없는

상처가 될 말을 하고 말았어

그것도 아주 쉽게

사랑하는 그에게

좋은 말만 하고

기분 좋은 말만 해도 모자랄 판에

내가 본의 아니게 실언을 했어

미안하다 말 해놓고

안절부절못하는 나를 보고

괜찮아 라고 말했지만

그의 얼굴엔 언짢음이 보였어

내가 내 마음이 풀리지 않는데 당연하지

자꾸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아픔이 상기될까 더는 못하고

할 말을 잃은 나

대책 없고 명분 없다

이 상황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생뚱맞은 병 주고 약주는 말

아니야 아니야

뭐가

아 아니야 아무것도 내가 너무 미안해서

얼굴이 화끈거려 너를 볼 수 없어

괜찮다니까

네가 자꾸 그러면 내가 더 이상해

가슴이 백 미터 달리기를 한다

머리가 어지럽다 얼굴을 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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