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항변
김 익 택
난 단한번도 울어 본적 없고
쓰러져 본적도 없다오
있었다면
바다와 대지에서 수많은 삶들에게
생명이 되어
바다에서 하늘로
대지에서 하늘로 돌고 돌았을뿐
다만 감정을 가진 삶
그들 가슴이 슬프면 슬프게 보이고
아름답게 보였으면 보였을뿐
나 자체가
본의 아니게
생명이 되고 생명의 매개체가 되었을뿐
내품에서 태어나고 죽는 것은 자연의 진리
그것 또한 내 의지 아닙니다
태풍전야
김 익 택
태풍의 눈동자가 세상을 노려보는 동안
구름이 잔뜩 눈물을 머금었다
겁먹은 나무들은 숨을 죽였고
움직이는 삶들은 구름의 행동을 주시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지은 죄 없는 삶들은 이유를 몰랐다
삶이 실험인지 시험인지
약이 될지 아픔이 될지
모르는 삶들이 웅성거렸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채
재판장에서
김 익 택
건물 안은
정적만 흐르는 구둣발자국 소리 뿐
사람들 얼굴 하나같이
미소도 없고 유머도 없다
본인 확인 절차 끝나고
오고 가는 단답형 말꼬리에는
서로 의심의 눈빛 가득할 뿐
엄숙 침묵에 짓눌린 진실은
숨을 할딱거린다
합의 협의 밀쳐 두고
도 아니면 모
판가름을 향해 질주하는
평행선로처럼
같은 장소 나란히 앉았지만
과거엔 콩 하나도 나누어 먹는 사이였지만
지금은 숨소리마저 숨기는
철저한 타인
간간이 묻는 재판관은
말과 말을 주시하고
방청객은 숨소리 죽인 채
소리 소리에 귀 기울인다
재판관 아래에
나란히 앉아 있는
원고와 피고
방청객 표정들 한결같이 어둡고
미소는 차갑고 언어는 무겁다
좋은 일로 오던 나쁜 일로 오던
누구나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죄 짖지 않아도 죄인이 된 것처럼
순간순간 마음이 졸여
가슴 가슴이 뛰고
무슨 말을 물을 것인지
무슨 답을 할 것인지
당사자 아니어도 신경이 곧추선다
손길은
김 익 택
관심이라 말해두고
욕심이라 말해두자
아니
사랑이라 말해두자
사랑을 위한 몸부림이라면
지극히 정상 아닌가
아 삶은 묘한 것이어서
끝이다라는
좌절 그 뒤에
또 다른 사랑이 기다리고 있다
기어코 해야만 해
되 묻고 찾는다면
다시 시작하라는 메시지
내가 몰랐던 또 하나의 돌 출구
하나가 아니라
알려고 하고 노력한 만큼
보이는 것이지
실의 아픔 절망
그것까지
보듬고 일어나는 힘
영원불멸 사랑이 손을 내미는 것이지
가을 바람이 외출하면
김 익 택
태양의 명령을 알아들은
바람이 외출을 떠났다
하루해가 짧은 과일 나무는
한줌의 햇살이 아깝다며
바람을 폭풍 흡입을 했고
좋은 듯 아쉬운 듯
잎을 살랑대는 활엽수는
노랑과 붉은 빛으로 맞이했다
속은 듯이 빨리
산그림자 드리우자
기러기는 달빛 타고 호수를 찾아갔고
풀섶에 귀뚜라미는
밤이슬을 맞으며
세레나데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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