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스퀘아 안개
김 익 택
저 길 끝
빤히 알아도 보이지 않아서
누군가 걸어오는
내 맘 속에 그림 하나
일하는 농부
천사 같은 숙녀
아니면
태양이 만들어 낸
빛과 구름의 조화
내 모르는 상상
그 어떤 신비가
보여줄 것 같아
눈을 거두지 못하는데
그러나 안개는
속태우는 아픔인양
붉게 물들이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걷히고
뜨거운 태양이 등을 떠 밀 듯
내 얼굴을 비추고 있다
안개 낀 메타스퀘아 길
김 익 택
저 안개속으로 행여
오래전 떠난 친구가
하회웃음 지으며 걸어올까
쓴 웃음 지으면서도
눈을 때지 못하는데
갑자기 나타난 차량들
도로 한복판에 서 있는
나를 보고
귀를 뚫는 경적을 울리며
소리친다
아저씨 죽으려고 환장했나
미안합니다
돌아서는 내 뒤통수에
스멀거리는 화난 얼굴에
내 얼굴이 붉어진다
가로수의 비애
김 익 택
거침 없는 소음에 귀먹고
양심 없는 매연에 코 막히고
대책 없는 공해에 눈 먼 시간
24시
메말라 죽기까지 삶은
나를 위한 삶은 단 한번도 없다
가끔 매미가 울고
까치가 집을 짓고 살지만
수액을 빨아먹고 가지를 옭아맬 뿐
삶의 동반자 아니다
3계절 늘 푸르름으로 산다고
사람들은 그냥 푸름 밖에 모른다
욕되게 살지 않고 죄 짓지 않아도
얻어맞아 터지고
아파도 아프다 할 수 없다
죽음 아니면
단 한발자국 움직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