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담호 영강교 물 안개
김 익 택
잔잔한 바람결에
폴폴 일어나는 하얀 물안개가
저승에서 못다 푼
살풀이 춤을 추는 듯
허공에 휘날리는
승무 소매 자락인 듯
보는 이 가슴에 경외감을 심는다
음악도 없고 무용도 없으니
감정 없을 터인데
보는 이 가슴에 채우는 환희가
눈물보다 진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삶의 교훈 자연의 미학이 뭔지
눈 귀 코 입 없는 그대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고맙다 아름답다는 그 말 밖에
단풍과 물 안개
김 익 택
저 나무에 빨강 노랑 잎
지난 여름
가뭄 더위 장마 태풍
고통의 인내를 위로하듯
백옥같이 하얀 물 안개가
감싸 안듯
잎마다 쓰며 들어
입맞춤을 하고 있는 모습
감정 없고
정 없어도
내 몸에 피 돌기가
가슴을 설레게 하고도 남는다
용담호 물안개 황홀경
김 익 택
보고 싶고 그리워
단숨에 달려온 천리마처럼
어둠 속을 숨 가쁘게 달려온 3시간
기대 반 실의 반
조급증과 설렘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지요
영혼 없는 좀비처럼
어둠 속에 길게 늘어선 사진가들
늦게 온 사람들 틈새도 없이 서 있다
눈치 양심 접어두고 비집고 들어가
렌즈 속으로 바라본 풍경
나무들 사이로 마구 피어나는 물 안개가
죄지은 사람마냥 가슴이 뛰게 하는데
마음도 바쁘고 손도 얼어
행동도 어둔한데
무엇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이것이다 저것이다
내 것을 담을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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