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 정담
김 익 택
내 안의 오물 냄새
아무리 지독해도
남모르게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도
남의 오물 지독한 냄새
받아드릴 수 없는 것은
내가 나를 너그럽게 이해하기 때문이다
네가 나를 이해 시키려고 하면
못 내 신경 쓰이는 것이 사람 마음
진리는 낮은 곳 높은 곳 가리지 않듯
그 생각들은 모두 내 안에 있음이 아닐는지
그러니 초조해 하지도 말고 답답해 하지 마라
털면 나는 먼지는
너와 나를 가리지 않듯
단청이 희미한 오랜 된 사찰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친구 보살이 하는 말
산채 비빔밥 먹으며 물처럼 하는 얘기
난 오늘 또 하나 얻어간다
끝없는 생각 끝없는 연구가 도를 이르게 하고
끝없는 실천은 하는 일 머뭇거리지 말고
무소처럼 가라
내 안의 지독한 냄새 내가 이해하듯
남 안의 지독한 냄새 내가 이해하면
그것이 사랑
친구 보살의 말 곰곰이 새길수록 우려 나오는 마음이다
내가 받아드리는 마음에 따라
내 삶이 달라지는 것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
입이 보살이 아니라
아집이 보살이고 트집이 보살이며
자존심이 보살이고 고정관념이 보살이 아닐는지
사랑은 아픔을 구별을 하지 않는다
김 익 택
고귀한 사랑도
홀로 하는 짝사랑도
헤어지면 아프고
몰라줘서 아픈 것
사랑은
아픔을 구별을 하지 않는다
그리운 사람
외로운 사람
떠나 보내고 나면
준 만큼 받은 만큼
아픈 것이 사랑이다
고귀한 사람
미천한 사람
아픈 사람
건강한 사람 모두
몸 속의 물 70퍼센트
바늘로 찌르면 아프고
피 나오는 건 마찬가지이듯
즐거우면 웃고
슬프면 눈물 나고
사랑하면 행복하고
이별하면 아픈 것
피보다 뜨거운 것이
사람의 감정이듯
너도 나도 우리도
이별의 아픔은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느티나무 고목이 사는 비결
김 익 택
세월을 지겹지 않게 살아온 것은
시간을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리라.
백년 오백년 혹은 천년
얼마나 더 오래 살지 모르지만
사람 마음 변치 않는다면
내가 앉은 자리는
누가 침범 할 수 없는 신성한 자리
죽고 태어나는 사람들의 시간을
수백 번 버텨 낸다는 것은
서로에게 허물없는 시간이었지
매양 즐거운 시간은 아니었다
나에게 시간의 고뇌는 계절과 같았고
인간의 고뇌 또한 계절과 같았다
따스한 봄이었다가 더운 여름이었다가
시원한 가을 이었다가 추운 겨울이었다가
반복되는 시간은
끝없는 인내를 요구하는 시간
그렇다고 내가 인간에게 해준 것은 없다
더운 여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그것 밖에
그것도 어찌 보면 느린 반복이었다
산다는 것은 매일 시집살이 같은 것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눈먼 3년이 아니라
살아도 죽어도
입 다물고 귀 막고 눈감고 있어야 한다는 것
몇 백 년 지나도록 아무도 모르게 오직 나만이
삭혀온 시간이 되어야 음으로 양으로
존경 한 몸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저 집안에 첩첩이 쌓여있는 새싹 돋는 비밀도
저 집안에 첩첩이 쌓여있는 낙엽 썩는 아픔도
저 집안에 첩첩이 쌓여있는 녹음 사랑 얘기도
저 집안에 첩첩이 쌓여있는 시린 사연도
그리고 이웃이어도 서로 알지 못하는 얘기를
내가 알아도
입 꾹 다물고 있어야 평화로운 삶이 되는 것이다
'사람이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바라기와 숙녀 (0) | 2019.09.26 |
---|---|
해인사 법고 (0) | 2019.09.18 |
템플 스테이 그들도 풍경이다 (0) | 2019.09.10 |
신록의 구름위를 걷다 (0) | 2019.08.28 |
능소화피는 담장 (0) | 2019.07.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