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가을 어느 날

 

김 익 택



 

 

 

이유도 없이 괜히 우울한 날

길을 나선다

공원 벤치 한 쌍의 커플이

잃어버린 시간에 만났던

그대를 생각 나게 해

유심히 보는 내가 의심 받을까

발길 돌리면

가을 풍경 속에 커피 향기가

나를 더욱더 궁지로 몰아 넣는다

사랑을 잊은 추억이 아파

건널목 가로수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나에게도 청춘이 있고 사랑도 있었던가

던지는 질문에

정신을 부르는 신호등 벨 소리에 시간이 바쁘다

건널목을 건너지 않으면

거기서도 나는 이상한 사람

어디 어디선가

나만의 공간이 있을 것같아 발길을 돌린다

사람과 차량

매연과 공해

그래도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그래

나는 이 도시에서 떠날 수 없지

기억 속에 살고 추억 속에 행복한

그대를 생각하는 것처럼

어차피 가 아니라 기꺼이

살아가야 한다 사랑해야 한다






그리움



김 익택



 

 

 

그녀 생각 그리울 때

가슴에 이는

휘파람 소리가

빈 독의 울림처럼

머리가 어지러워 

문득 홀로 서면

 

달빛 그림자 어둑한

저 골목 저쪽 어디선가 

귀신 같은 바람 소리도

행여 그 님일까 

설레던 때가 있다

 

저 꽃 같은 별들을

그녀도 보고 있을까

아쉬운 눈 빛 거두고 

돌아서면

그리움 소용돌이가

소리 없이 외치는데

 

그녀가 보고싶어

그녀가 그리워서

밤 이슬을 밟고

돌담을 훌쩍 뛰어넘는

티벳 나시족의 남정네가

되고 싶은 적이 있었다








밀월의 노래



김 익 택



 

 

어두운 밤

밝음이 부끄러워

별을 보고 얘기하는 실루엣 여인은

밀월을 꿈꾸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심정

가슴이 도리깨질 할 때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페로몬 향기에 

정신이 혼미해지면

실루엣 여인은 조용히 창문을 닫지

 

배짱이 더듬이가 온몸을 젖게 하면

발끝 손끝 타고 흐르는 전율은

나비 날개에 피가 돌고

실루엣 여인은 또 한번 허물을 벗지

 

꿈틀거리는 몸짓 언어 소리가

벽에 부딪혀 삐걱대고

눈치 빠른 바람이 

유리창 모서리에 칼날을 세우면

이미 그때는 눈도 멎고 귀도 먹은 뒤

하늘을 높이 나는 오색 나비 한 쌍은 별이 되지

 

그 땅콩 속 세상은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가설 무대

심혈 순간순간 치솟는 엔도르핀은

방아개비 에너지는 언제나 만월이지

 


 

 




바람이 전하는 밀어

 


김 익 택




 

 

하얀 구름을 닮은 

코스모스 꽃 길에

나비가 날라오고

태양의 가슴을 우려낸 

국화 향기를 쫓아

벌이 날아 오네요


그 꽃 길에 숙녀가

바람이 가는 길을

따라가고 있네요

태양이 구름에 가리는 사이

그림자를 숨긴 청년이

숙녀 뒤를 바짝 

쫓아가고 있네요


음지에서 바람이 

수군거리고 있네요

잠시 코스모스가 

심하게 요동을 하고

국화가 제치기를 하네요


구름 사이 태양이 얼굴을 내 밀자

아무일 없었다는 듯 

코스모스가 하늘거리고

국화는 미소를 흩날리고 있네요









소리 쳐


 

김 익 택 


 

 

그대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세월이 한참을 지났음에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은

예의 아니라

나만의 사랑 법이겠지요


사랑 했다는 사실

나 밖에 몰라서

미안해 할 필요 없고

부끄러워 할 필요 없지만


그대 생각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이 뛰는 것은

내가 그대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침이 웃고 밤이 우는

그 시절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나의 진실이 아팠지요

나보다 그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그대에게 죄가 될까


내가 나를 꾸짖기를 수 십 번

그래도 생각은 뫼비우스 띠

고착 아니라 나날이 발전을 거듭했지요


주름같이 깊어가는 세월

문득문득 생각나는 지금

입가에 띠는 이 엷은 미소는

이루어지지 않아

추억하고 간직할 수 있는

행복한 소중한 선물이겠지요


그대 있어 아픈 그리움이

이제는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어

행복한 것은

이율배반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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