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공원 맥문동
김 익 택
삼복
더위를
무색하게 하는
저
키 작은
보라 꽃은
바람
한줄기에
쓴맛을 삭이고
비
한줄기에
신맛을 우려내고
햇볕
한줄기의
짠맛을 발효 시킨 것이지
맥문동의 믿음
김 익 택
섭씨40C°
찜통 더위
환한 대낮
살아도 죽음같이
세상의 삶
죄다 숨을 죽였다
8월 중순
나무 그늘
응달에서도 열기가 솟는 그곳
키 작은
맥문동
환상의 보라 빛
미소가 싱그럽다
오늘 같은 여름을 위하여
가을은 기다림을
겨울은 인내를
봄은 희망을
단 한번도 의심하지 않음이다
맥문동 필 때
김 익 택
꿈에서나 볼 수 있는
저 빛
보라를
보라
키 작아도
뭇사람 가슴 설레게 하고
힘 없어도
감동케 하는
저 빛의 향연을
한 포기
보잘것없는 풀꽃이
한데 어울리면
하나 되는 힘을
소나무와 맥문동
김 익 택
일찌기 몰랐네
소나무 맥문동이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을
소나무가 하늘을 머리 이고
푸르게 더 푸르게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안으로 품고 살아도
밖으로 들어나는 기쁨같이
기도하는 마음보다
더 아름다운
환상으로 빚은 보라
푸른 소나무를 늘 우러러보는
맥문동의 미소가 있었네
푸른 소나무는
눈 감고 잠드는 어둠부터
눈 뜨고 일어나는 새벽까지
병아리 품은 어미 닭같이
밤새 벌레 물까
얇은 홑 이불 같은 안개 보듬어
잠자리 보살핌이 있었네
맥문동 교훈
김 익 택
평생 그늘에서
꿈꾸던 아이
모든 삶들이 숨죽인
삼복더위에
환한 얼굴로 웃고 있다
세상사 균등하다는 사실
여기 나를 보라고
어제는
오늘을
오늘은 내일을 믿고
버텨온 인내
여기 나를 보라고
속 좁은 삶들에게
작지만 큰
삶의 메시지
시원한 미소로
심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