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지 풀지 못할 언어들
김 익 택
바람 불면
겹겹이 시간을 나르는 금빛 물결
죽음과 삶
그 사이를 마음대로 넘나드는
바람은 그 비밀 알고 있을까
그가 남기고 간
앙상한 잎 줄기와 씨방이
보여주는 언어
알아도 모르고
몰라도 이해가 되는 세상사 삶같이
죽음이 남기고 간 얘기들을
사위는 어둠이
붉은 태양이 낙관을 지우며
해독할 여유도 없이
억겁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혼신지의 언어 오케스트라
김 익 택
12월 저녁
놀이 붉은 날
혼신지는
바람이 악보를 넘기면
연 잎이 노래하고
물결이 책장을 넘기면
연 줄기가 시를 쓰고
태양이 물감을 풀면
연 씨가 그림을 그린다
이들이 한데 어울려
만들어 내는 하모니
삶의 그 끝
꿈과 이상의 세계
장엄한 화엄의 세계는 아닐는지
연은 죽어서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김 익 택
늦가을
제 잎
제 머리
무게를 못 이겨
물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연 잎은
제 허리를 꺾어
O Δ □ ◇ ♡ ᅳ
보는 이를 하여금
각기 느낌이 다른
문자가 되고
기호가 되어
살아서 못다한 말 전하고 있다
혼신지
김 익 택
노을이 연지를 만나는 곳
혼신지는
마지막 노을의 혼이
목을 축이는 곳이다
푸른 물빛이
금빛이 될 때까지
붉게 더 붉게
놀이 침묵으로
노래를 부르면
연 줄기는
언어를 만들어 풍경을 그린다
허리 꺾인 연줄기와 태양
김 익 택
행복한 날
찬바람에 꺾여
수면 속에 얼굴을 묻고 있는
연 줄기 하나
물그림자가 반쪽자리를 하트를 채워
위로하고 있다
이를 보고 있던 태양
연 줄기가 춥게 보였던지
살며시 구름을 빠져 나와
하트 물그림자에 자신을 얼굴을 비추어
따뜻한 온기를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