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연꽃 연분홍 빛은
김 익 택
저 말 없는
연분홍 빛
연꽃은
흙이 겨워 낸
진실 하나
내 눈으로 들어와
내 안의 오물을 삭혀서
정신을
맑게 하고 있다
7월의 연
김 익 택
대지의 열기
머리에 작열 하는
정오
가뭄
더위
생명이란 생명
자연사로 아사 직전인데
너는
무슨 배짱으로
넓은 잎 활짝 펴고
당당하게 하늘을 보고 있는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고여있는 썩은 물
깊은 진흙에
뿌리를 박고
맑고 밝고 청결한 표정 짓는
너의 모습은
수심 근심에 찌든
뭇 사람들에게
조용한 귀감이다
빗방울 속에 비친 삶
김 익 택
아파트 둘레길 옆 화단
토란 잎에 빗방울 하나
잎이 물을 구르고 있는 것인지
빗방울이 잎에서 구르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완벽한 원주 속 투명한 맑음이 어지러워 외롭다
통통한 물방울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 속에 비친 아파트는 둥글게 휘어져 있고
내 동공이 곧장 튀어 나올 것 같이 맑다
초록 물방울 양수 속에
알알이 영글은 삶들은
하나마다
갓 목욕하고 나온
새색시 젖가슴에 맺힌 물방울 마냥
참 싱그럽다
가는 바람 불어
빗방울 하나
또르르 미끄러져 뭉쳐지면
아이의 눈물 같이 바닥으로
톡 떨어지는데
떨어지는 물방울은
뽕 소리와 함께 왕관 하나 만든 뒤
있는 듯 없는 듯
흥건하게 젖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소리 없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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