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섬 등대에서 1

 

김 익 택

 

누리마루는

봉황이 알을 품듯

고요히 앉아 있고

 

등대는

누리마루를 보호하듯

눈을 부릅뜨고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다

 

오른쪽

센텀시티와 광안대교는

바다를 가로 질러 질주하고

 

왼쪽

해운대 마천루와 청사포는

하늘이 행복의 지표인양 구름을 뚫고 있다

 

동백섬 등대에서 2

 

김 익 택

 

 

 

연풍에 돛을 올린

윈더 서핑 한 척

어느 고운 여인

저고리같이 곱다

 

검은 바위에

부셔지는

하얀 파도는

바람에 펄럭이는

옛 선비 도포자락같이 힘차다

 

청사포 산마루에

우뚝 솟은 마천루는

철없는 아이

숨바꼭질 놀이하듯

몸은 들어 내 놓고

머리만 구름속에서 가리고 있다

청사포

김 익 택

 

 

그 옛날

유리알처럼 훤히 보이던 모래는 보이지 않고

라면봉지 스치로폼 플라스틱 오물들이 부유하고 있다

시멘트에 갇힌 갯바위 재발 숨 좀 쉬게 해달라 애원하고

바다를 떠나야 할 갈매기들은 바다를 떠나지 않고

사람들 머리 위를 맴돌며 새우깡을 달라한다

오늘 하루도 포크레인 소리에 쓰러져가는 전설은

보존은 미래의 부채로 묻어두고 유리 벽 빌딩에 햇볕으로 토한다

천 년을 한결같은 청사포인줄 알고 찾아온 사람에게

바람은 바바리 코트자락을 위로하고 노을은 출렁이는 파도를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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