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김 익 택
거지 같은 잠을 자더라도
평화롭고 행복한 꿈을 꾸었다면
어두운 밤도 찬란한 밤입니다
화려한 벚꽃 속으로 걸어도
마음이 가시밭이면
따뜻한 봄 날도 어둡고 추운 밤입니다
물 그림자가 말하는 진리
김 익 택
속이 훤히 드러나는 맑은 물은
가까이 있는 나무 그림자 모습은
흐릿하게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자연 그대로 총천연색이다
속이 드러내지 않는 흐린 물은
가까이 있는 나무 그림자가 더 선명하지만
푸른 숲 파란 하늘을
가까이서 보나 멀리서 보나 모두 흑백이다
자연이 가리키는 뜻
맑은 물과 흐린 물의 차이는
양심을 보는 일
가까이서 보던 멀리서 보던
삶의 참 모습 볼 수 있는 혜안
가지라는 진리 아닐까
수양버드나무의 고백
김 익 택
수양 버드나무는 혼자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머리를 감을 때는 가랑비를 기다려야 하고
빗질 할 때는 산들바람을 기다려야 한다
제 얼굴을 보려면 숨소리도 멈추어야 만큼
바람 한 점 없어야 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사계절을 하루같이 진득하게
땅속에 평생 발을 묶어 놓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바람 아니고는
무엇 하나
전달 할 수도 없고 숨길 수도 없다
어질러진 속내를 털어 놓을 곳 또한 물 그림자 뿐이다
어디 하나 숨길 곳 없는 버드나무는
파란 하늘 머리에 이고
초록 물 그림자 머리카락 늘어뜨린 채
새벽 안개 아니면
실바람에 나뭇잎 하나도 제 모습 감추지 못한다
평생 제 머리카락을 보고 자라는
수양버드나무는
물 그림자가 삶의 거울인 동시에 굴레이다
성에
김 익 택
그대
무슨 맺힌 원한 그리 많기에
바람을 가르는 추위도 모자라서
허리 굽은 마른 풀잎마다
서슬 푸른 칼날 세우고
톱 날을 만들어 덫을 놓는 것인지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는 밤이면
찬 바람 훅 끼치는
네 얼굴의 냉기가 정말 싫어서
모두들 커튼을 가리는데
지난밤에 네가 창문에 남긴
뾰쪽 뾰족한 칼 끝 같은
날카로운 입김을 보고 있으면
문
열면 밀고 들어와
생체기 내겠다는 의지가 섬뜩해
따스한 태양 빨리 떠오르기를 기다리는데
하지만 그런 날은 태양은 왠 종일
구름에 가리고 바람에 밀려 얼굴 보기 힘 들다
그럴수록
더 크게 우는 바람 소리
앞으로
견뎌야 할 추위가
갚지 못한 원금의 복리이자 같이
목 밑 차오르는 시원찮은 근심이 된다
추위가 매워서 더 붉은
저 동백꽃을 찾아오는
동박새 울음소리에 봄이 묻어 올까
바람길 막는 언덕에
복수초 노란 꽃이 피고 나면
처마에 눈 녹은 물 뚝뚝 떨어지듯
매화가 피고나면 갈까
저 멀리서
바위 우는 소리
숲이 우는 소리
뱀이 몸 푸는 소리
따스하게 스미는
봄 바람에
여기저기 기지개를 펴면
그때
주루루 흐르는 눈물을 떨굴까
첫 사랑은
김 익 택
찔레꽃 피는 봄 날
향기보다 먼저 찾는 호기심이다
장미꽃이 붉은 여름
장마보다 먼저 오는 질투심이다
단풍잎이 지는 가을
애간장을 다 녹이는 그리움이다
눈 꽃 피는 한 겨울
봄바람보다 먼저 오는 눈물이다
착한 마음 찾기
김 익 택
막힌 맘 뚫고 싶으면
우거진 나무 숲 속에서
파란 하늘을 보아야 하고
닫힌 맘 활짝 펴려면
확 트인 언덕에서
푸른 바다를 보아야 한다
내 마음 내가 소홀해서
내 마음의 우울을 내가
건져 올리려면
쉬워서 참기 어렵고
쉬워서 자만하는 나를
통제 할 줄 알아야 한다
어른이 되었어도
매일 배워야 하는 것은
나쁜
짓 알고 바른 짓 아는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