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에 대하여
김 익 택
물속에 노니는 고기들아
네 운명을 앗아가는
적들은
물속이 아니라 물밖에 있다
너를 추적하고 있는
두루미는
물 밖에서 날개를 펴서 그늘로 유혹하고
개울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물총새는
너의 등 뒤에서 화살처럼 날아 와서 가로채고
어둔하게 보이는 가마우지는
유도탄환처럼 내 뒤를 쫓아 와서 낚아챈단다
너를 잡아 먹어야 내가 사는
먹이사슬 고리는
아비 어미가 아니면
모두가 적
인정사정이 없단다
먹이는
내가 살기 위한 기초적인 본능
다른 생각 없단다
삶에 충실하다는 것은
새끼를 낳아 기른다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 최상의 수단이다
물속에 노니는 고기들아
너의 적들은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은 법
언제 어디서 목숨을 앗아갈지 모르는 일
물속 주인은 물밖에 있다는 사실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