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순간
김 익 택
뒤에서는 어서 가자 밀고 또 밀고
거품을 입에 물고 돌아설 때까지
목적도 모르고 이유도 모르는 채
죽는 줄도 모르고 덤벼드는 돌격대처럼
일 평생 떠돌았던 시간 길어도 짧은 순간
안주 할 곳 없는 망망대해
웃어야 할 목적 없고 울어야 할 목적 없어
두려움도 없고 그리움도 없다
순간이 역사가 되고 순간이 미래가 되는
움직여야 사는 삶
저 파도는 그렇게
오늘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주상절리 파도
김 익 택
쓸어 담고 쓸어 가는
주상절리 저 파도는
어느 신선의 빨래판인가
이내 가슴 쓸어내 듯
비비고 헹궈내고
폭풍처럼 밀려왔다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
신기하다 못해 처절하다
아프다 말 못하고
신 난다 말 못해도
어디서 그런 힘 솟는지
죄 없는 검은 바위에
부딪치고 깨어지기를
수 천 만 번
성성한 백발
물거품으로 돌아가도
다시 올 땐 잃지 않는
그 불 같은 성격은
만고불변 고집불통
죽어도 소리만은 힘차다
그리워 한다는 것은
김 익 택
누군가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눈 하나 더 있어
그 사람 매력을 볼 수 있다는 것이네
누군가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마음 하나 더 있어
그 사람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네
누군가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추운 겨울 따뜻한 아랫목의 구들장처럼
그 사람의 행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네
누군가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불이 없어도 불을 지필 수 있고
물이 없어도 목을 축일 수 있고
누군가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암흑 속에 있어도 마음속엔 불빛 하나 있어
만날 수도 있고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네
누군가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순간순간 시간시간
하루하루가 너무 짧아서 그리운 것이네
누군가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한달, 일년, 그리고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 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