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물도
김 익 택
사람아 사람아
죽어도 풀지 못할
고민의 보따리 있으면
그 고민 배낭에 집어 넣고
쪽 빛 물결 넘실 대는
소매물도로 가거라
그곳 정상에 올라서서
등대섬을 보거라
그곳의 바람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그곳 바다는
앎과 모름을 가리지 않고
가슴을 씻어 주고 눈을 씻어 줄 것이니
아픈 몸과 마음
유리 되어 괴롭히던 정신 세계를
하나 된
쪽 빛 하늘과 바다가
그대 가슴에 파고 들어와
예전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마음의 눈을 가져다 줄 것이니
삶의 반성
김 익 택
일평생 먹을 것을
집 안으로 끌고 들어와야 사는 개미가 있고
일평생 흙을
집 밖으로 흙을 끄집어 내냐 사는 게가 있다
모두 살아가는 방식인데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개미처럼
게처럼
삶에 얼마나 열중했을까
입에 풀칠 하는 동안
채워야 할 것
버려야 할 것
구분 못하고 쌓여있는 찌꺼기 또 얼마나 될까
날마다
미래를 쫓고 희망을 쫓는 생각
개미한테 배우고 게한테 배워도
제자리에 있는 것은
아마도 실천이 게을렀던 때문일 것이다
저 바다
김 익 택
연일 폭염으로
피서지는 인간 개미들의 군무로 후끈하다
비너스가 넘쳐나는 바다
다비드가 넘쳐나는 바다
바다는 그들을
쓸어안고 끌어안고
전신을 애무하지만
사실 바다는 미학도 모르고 미감도 모르고
귀천도 없고 부귀도 없다
바다는 그저
대문이 없고 문지기가 없듯
공기처럼 어둠처럼
해와 바람 구름과 비를 포용하고
오는 사람 마다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고
삶이 있던 없던 분별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리분별이 없는 것이 아니다
한가지 원칙은 있다
누구나 같은 소리
제 목소리를 낼 줄 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리는 대게 듣는 자의 몫
누구에게는
볼 때리는 소리
누구에게는
어린아이 궁둥이 철석거리는 손바닥 소리
누구에게는
힘없이 풀썩 주저앉는 소리
누구에게는
검은 때 하얀 때 말끔히 씻어주는 소리
사랑이 아파 우는 사람에게는 수줍음이 되고
실의 빠진 사람에게 피로 회복제가 되는 소리를
더러 떫디 떫은 푸성귀 땡감처럼 앳되고
더러 병이 너무 깊어 문드러지는 홍씨 같이
아파서 우는 소리
벅차서 우는 소리
말을 해야 말인가
마음을 꼭 알아야 마음인가
저 바다는
오늘도 그렇게
부비고 끌어안고 쓸어 안고
밀고 밀쳐내는 소리로 바쁘다
도대체
무슨 할 말이 그리 많고 바쁜지
날마다 개 거품을 물고 와서 쓰러지고도
내일이면 또 새롭게 와서 쓰러진다
내가 나에게 묻다
김 익 택
나도 모르는 사이
소용돌이 바람같이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었으며
파도에 온몸을 맡기는 미역처럼
순종 하는 맘을 또 얼마나 가졌더냐
어려운 난관마다
해쳐갈 담대함보다
비켜갈 궁리 얼마나 하였으며
쥐꼬리보다 작은 권력 앞에
얼마나 비굴했으며
사랑 믿음 밖에 모르는
힘 약한 그들 앞에
얼마나 으스대며 비겁 하지 않았는지
선조로부터 대대로 이 땅에 태어나
아이의 부모가 된 지금
오늘 밤 나는 베개 배고 누워
앞으로 또 나도 모르게
후회할 일 또 얼마나 할는지
천정 보고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