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대한 고찰
김 익 택
소나무 진물은 눈물인가 피인가
그것을 먹고 사는
사슴벌레와 하늘소는
청소 꾼인가 뱀파이어인가
내가 내 삶에 충실한 것은
타인에게도 성실함일까
근육을 파고 들어와 집을 짓고
심장에 구멍을 파서 알을 낳아도
고사하기 전 까지
아픔을 말하지 않는
저 소나무는
성실한 삶을 사는 것일까
내가 아닌 다른 삶
바른 삶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내가 죽어야 네가 사는······
그것이
너를 위한 삶이라면
나의 삶 또한
또 다른 삶의 죽음
그렇다면
모든 죽음은
또 다른 너를 위한 삶
상생 아니고 희생 아니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때서야 알았지
김 익 택
내 어릴 때 영혼은
절벽을 자유롭게 뛰어 다니는 염소처럼
자유로웠지
어머니는
먹이를 찢어주는 수리처럼
늘 나를 먹여 줄 것 같았고
아버지는
우람한 푸른 소나무처럼
늘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 같았지
내가 자식 낳고 부터
삶이 영혼을 구속한다는 걸 알았지
내 어버이 미소 뒤에
주름진 얼굴과 휜 허리와
손바닥의 굳은 살은
노동의 기록이었고
공부와 건강
취직과 결혼으로
자식 걱정은 끝이 아니라
죽기 전까지 할 수 밖에 없는
삶의 굴레인 것을
싹은 동동주만 아니었음을
그때서야 알았지
못 살아서 울고
속 상해서 울고
못해줘서 미안하고
아픔이 영혼까지 닿도록
걱정을 놓지 것은
행복이란
그 태생은
걱정에서 시작하고
걱정에서 끝난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지
절벽 바위 소나무
김 익 택
절벽 바위 틈새
제 허리를 꺾고 꺾어
견뎌온 삶 몇 백 년
굶주림이 만들어낸
아픔의 미학이다
몸을 의지 할 곳은
오직 칼 바위 틈
삶의 양식은
비와 바람이 몰고 온 양분을
잎이 붙들고 뿌리로 흡수해
연명한 삶
평생 허기진 와신상담이다
저곳에서 어떻게 살까
보는 사람마다
감탄사 연발 하지만
하루가 천 년
아픈 몇 백 년을
견디며 산 것은
꼭 살아야 한다는 의지
삶이 희망이며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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