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사 은행

김 익 택

그의 나이 800세

이른 아침

법고소리와 범종 소리

염불소리 들은 지

800년

탁발하고 법문하지 못해도

그냥 서 있는 불경이며 법문

가지고 있는 열매

잎까지 다 떨구고

앙상하게 서 있어도 위엄이 있다

깊은 산중

좁은 하늘 머리에 이고

깊은 계곡 발 담그고 살아도

바람과 빛으로 뜬소문도 듣고

물과 흙으로 삶의 진실도 들었을터

그의 의미

저 노란빛의 무언의 사랑이

세속의 삶들 가슴에 품고도 남는다

은행잎이 가는 길은

 

김 익 택

 

 

 

 

 

 

갈 준비하라고

등 때미는 바람에

노란 미소가

눈이 시리도록 아프다

 

그에게 시간은

자유로운 삶의 영혼

노란 빛은 사랑을 말하는데

 

삶과 죽음은

살아남은 자의 가슴에

숙제를 남겨두고

바람의 안내로

흙으로 돌아간다

적천사 은행이 하는 말

김 익 택

아름다운 삶은

바람 불어도 아름답고

비가 와도 아름답다고

인간사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손수 보여준 세월

800년

거룩하다

그말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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