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김 익 택
그 옛날
내 고향은
돌담을
사이에 두고
처마가 서로 깃 대어 있어
뒷집
옆집
밥상에 올려 놓는
숟가락소리까지 들렸지요
그래서
이웃은
살면서 닮아가는 부부처럼
슬픈 일 기쁜 일
함께 나누며 살았지요
도시의 벌의 삶과 죽음
김 익 택
차량의 매연에 감각을 잃고
고층 유리 벽에 길을 잃고 방황하다
도시의 소음을 피해 겨우 찾아 온 곳
아파트의 울타리
쥐똥나무 하얀 꽃은
먼저 온 벌들로 만원이다
삶이 치열한 것은 벌에게도 마찬가지
날개가 바스러지도록 부지런히 다녀도
안전한 행운은 없다
달콤한 꿀은
먼저 온 벌이 이미 다 먹어버렸고
찌꺼기 그것마저 서로 차지하려고
꽃밭은 전쟁터다
먹고 먹히는 자연의 삶의 고리
삶이 곧 죽음이 되어도
열심히 살아야 아름다운 삶이다
하지만
생활 오수에 감염되고 공장 매연에 오염되어
죽는 것은 아름다운 삶 아니고 죽음 아니다
내가 죽어서 네가 사는 삶 아니기에
내 영혼의 그 기차를 타고
김 익 택
즐거운 사람보다
우울한 사람들이 많은 그 기차
사람들은 많아도
모두 말을 하지 않는 그 기차
선명하지만 자고 나면
흐지부지 잊어버리는 꿈처럼
알다가 모르는 그 기차
한번 본 것 같기도 하고
눈에 설익은
정거장 같지 않는 정거장
한번 가본 것 같기도 하고
눈에 설익은
정거장 같지 않는 정거장
어둠 속에서 공중부양이 된 채
멈춰선 그 기차
소리는 들리지만
기차는 보이지 않고
행선지도 없이
무한질주로 뻗어나가는 그 기차
그 기차를 타고 나는
밤마다 여행을 떠나지
철로가 없어도
철거덕거리는 소리 들려오고
기적 소리 사나운 그 기차
연료가 떨어지고 속력이 멈추면
끝없이 추락하는 그 기차
어느 별 역에서는
배고프지 않는 이슬을 먹고
어느 별 역에서는
초생 달을 한 입 베어먹고
어느 별 역에서는
불타는 성운에 몸을 녹이는 그 기차
낯설면서도 낯설지 않는 그곳
언젠가 가야 할 곳 같은 그곳
한번 기회를 놓치면 영영 갈수도 없고
돌아 올 수도 없을 것 같은 그곳
밤마다 상념의 머리맡에
대기하고 있는 그 기차
삶터
김 익 택
1
쉴새 없이
땅을 파는
개미지옥 명주 애벌레
하늘을 훨훨 날기 위한 몸부림이다
2
거미줄에
영롱한 아침 이슬
이슬이 마르면 거미줄은 또 하나의 삶터
살기 위한 사투는 그 누구에게도 할갑지 않다
3
날마다
찾아오는 기회
게으른 사람에게
나무뿌리에서 피는 꽃 구경
피나는 노력 없이 미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