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김 익 택
아가야
누가
너를 몰라봐도
외로워 마라
너와 놀아주는
흰 구름도 있고
산들 바람도 있잖니
애간장 녹은 할머니가
손자 보듯
너를 보고 웃고
성긴 미소가 아름다운
한나절 태양이
너를 지켜보고 있잖니
젖 살 도톰한
아이의 얼굴처럼
아장아장 피어서
대보름 달처럼
탐스럽게 열매 맺어
고운 바람 타고 머 언
여행길 떠날 때까지
너를 찾아 오는
벌도 있고 나비가 있잖니
보들레오
김 익 택
보들레오
봄이 오고 있소
모두 죽은 듯
삭정이 같은 검은 가지에
하얀 꽃 노란 꽃
빨강 꽃 파란 꽃이 피고 있소
한 두 차래 모진 바람불고
촉촉한 비가 내린 뒤
마치 깊은 잠에 깨어나
정신을 차린 듯
너도나도 꽃을 피우고 있소
보들레오
당신의 손끝에서
쓰여지는 시어같이
봄이 오고 있소
숫처녀 유방 같은
먼산은
솜털같이 부드러운
연 초록 빛으로 물들고
숫총각 혈기 같은
계곡의 물줄기는
막힘 없이 힘차게 흐르고 있소
보들레오
봄이 오고 있소
당신의 손끝에서
묻어나는 그림처럼
아프고 고독하고 외롭고
그립고 아름다운 향수같이
봄 기다리는 동안에
김 익 택
그대
기다리는 동안
여기 저기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마음속 불안땜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무슨 일 있을까
회사한 얼굴에 흩날리는 머리 칼
들불처럼 일어나는 궁금증
눈길 가는데로 따라 붙었지
기대도 약속도 없이 막연히
그대 올 것이라는 생각에
검는 나뭇가지 묻어나는 초경
그 초조함
내일 아닌데 나도 모르게
그 기쁨 안절부절 못했지
무료해서 뻘쭘해서
툭툭 모래발길질 하는
그 사이에도 그대 오는 모습
행여 놓칠까
아지랑이 피는 언덕같이
맘이 어지러웠지
저기 숲 속
저 멀리 검은 산
거기 나를
애타게 기다리지 않고
반겨주지 않아도
그대는 기어코 오고 마는 것인데
제비꽃의 항변
김 익 택
언제부터 꽃이었던가
피었구나 졌구나
관심 밖의
그냥 풀로도 시원치 않는
잡초 속의 그런 꽃
기다린 겨울은
매화와 같고
피고 지는 시간은 벚꽃과 같아도
뭇사람들은 모른다
봄 냄새에 환장하는
염소 먹이 아니면
지나가는 개
오줌똥 받이 뿐
배고픈 오랑캐 쳐 들어오는
보리 고개 봄
해마다 그맘때쯤 핀다하여
오랑캐꽃이라니
봄에 피는 꽃이 어디 나뿐인가
나도 너와같이
오래전
집 울타리 체전에
집 돌담 밑에 한결같이 피고 지는
이 땅의 토종이다
제발 이젠
전설같은 역사 속
오랑캐꽃이라 부르지 말고
집안의 자식같이
내 이름을 불러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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