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오는 6월 더위
김 익 택
태양을 등에 업고
6월이
무지막지 달려오고 있다
모가지를 내놓으라는
침묵의 으름장 앞에
맨땅에 꼬꾸라진
저 논밭에 작물
말라 죽는 모습에
농심 까맣게 태우면서
하늘의 침묵 등에 업고
눈에 불을 켜고
마구 달려오고 있다
고막을 뚫을 것 같은
큰 소리로
공갈협박을 하며
쩍쩍 갈라진 황토에
머리 쳐 박은
저 논밭에 작물 외면 하면서
유월은
김 익 택
신록이 짙었다고
민둥산 유월의
깊은 상처
치유된 것 아닙니다
총소리 멎고
새소리 짖어 된다고
전쟁이 사라진 것 아닙니다
이념으로 굳어진 정신
철학 윤리
진실 진리도 속수무책
지연 학연 친구 혈연도
동지 아니면 적
골육상쟁 피의 댓가
그것 아니고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요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땅이 비좁도록
공장이 들어서고
먹고 자고 입는 것 풍부해도
생이별 70년
이산가족 아픔은
그대로입니다
사리판단 못하는 북은
아직도
좌충우돌 살인파티를 하고
김일성찬양하는 종복
그리고 친중
그들이 있기에
유월의 산은 푸르러도
검은 포화
피비린내와 아우성이
가시지 않는 민둥산입니다
6월의 장미
김 익 택
장엄하게 작열하는 태양
그 뜨거운 사랑에
정신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마음 둘 곳 없어
울타리 너머
세상을 동경하는 것일까
울어도 풀리지 않는
그리움을
어찌할 바를 몰라
오지 않아도 기다리는
망부석같이
수절할 기세로
오고 가는 길손들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
6월 붉은 장미
김 익 택
누가 나를 보고
주저하지 않고
사랑이라 불렀던가
애타도록 그리운
속타는 심정
그것밖에
보여주지 않았거늘
일년을 애타게 기다린
오뉴월의 태양
그 기운 받고
그 빛을 받으려고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온몸 붉게 타버린
애상의 증표
그리움 그것 밖에 없거늘
유월 밤에
김 익 택
바람 불고
달 밝은 밤에
오고 가는
한잔 술에
마음 기울어
정
도타운데
님 부르는
소쩍새 소리
잔 별이 외롭다
으스스한 한기에
일어나 보니
술 권하던 친구는
온데간데 없고
스쳐가는 바람에
어깨가 시리다
취한 눈으로
김 익 택
친구 돌려보내고
돌아 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빌딩 사이 초승달이
수줍어 하는 신부처럼
구름 뒤에 숨는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그 사람은
어디 계실까
허탈한 웃음 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술 취한 행인
노래가 구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