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어머니
김 익 택
고추 같은 매운 말은
눈물로 삼키고
마늘 같은 매운 말은
어금니 앙 다물고 삼켰지요
그래도 목 줄 타고 올라오는 신물은
이불 뒤집어쓰고 숨으로 삼켰다지요
눈 먼 3년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합이 9년
나머지 세월은
철 천지 원수보다
더 깊고 아픈
자식들을 위해
내 몸 돌볼 사이 없이 살았다지요
돌아보면 세월은
빛 좋은 개살구같은 새끼들
제 짝 맺어 뿔뿔이 흩어지고
남은 것은 늙은 홀 몸
골수는 삭고
속은 곪아서 발효된 나머지
남은 것은 쭉정이가 된 몸동아리
그래도 헛 말로 함께 살자 하는 자식
행여 피해 될까
혼자가 좋다면 신세 지기 싫다며
먼저 선수 치는 어머니
한 마리 개를 자식 삼고
TV를 친구 삼아
자신처럼 늙고 낡은 집에서
홀로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