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룡 매
김 익 택
용틀임하듯
온 몸 비틀며 피는
김해 매화는
하늘을 오르지 못한
이무기인가
하늘에서 쫓겨난 천사
꽃의 화신인가
지은 죄 없어도
모든 삶들이
잔뜩 움츠리는
2월중순
언 바람에 웃고
눈 비 맞고 웃고 있는
너를 보고 있으면
삶의 희망이며
삶을 실천하는 교훈이다
떨고 있는 매화를 바라보며
김 익 택
어휴 성질도 급하시지
아직도 봄은 먼데
벌 나비를 부르다니
초대해도 길 나설 수 없는 벌
몸이 얼어 두문불출인데
매서운 추위에 피다니
일 년을 기다린 그리움
너만 아닐 터
그 아픔 어쩐다니
기다리면 오는 봄은
겨울이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람 앞에 촛불인데
좀 기다렸다 피지 그랬어
건설공고 매화
김 익 택
무엇이 진저리치도록 아팠을까
무엇이 몸서리치도록 그리웠기에
고목 마디 마디마다 세월을 그려 놓고
피는 꽃망울은 눈이 시리고
흩날리는 향기 속 시원할까
일제시대 6.25 모진 세월 견뎌온
오래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 그리움같이
80년 세월 한결같이 피는 그대여
3월의 봄 비
김 익 택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겨울 내 고생했던 삶들에게
머릴 쓰다듬듯
기뻐도 웃지 못한
참았던 울음같이
아프지도 않고 서럽지 않게
우울한 날에
말랐던 목 축이듯
배고파 우는 아이
젖 물리는 어머니 같이
삶은 아픔이고 아픔은 인내다
(하나의 과일이 익기까지)
김 익 택
봄은
꽃피는 시간 짧아도
사랑하는 시간
여름은
열매 맺어 익을 때까지
태풍 폭풍 장마 더위 가뭄
시련의 시간
가을은
몸이 무거워 낙엽 하나까지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는 짧은 시간
겨울은
삶을 실험하는
인내의 시간
하나의 열매가 맺기까지
시련은 시련이 아니라 생활
하물며 반 백 년을 넘게 사람
갖은 아픔 없을까
나날이 행복을 꿈꾸는 아이야
삶을 쉽게 생각하지 마라
삶은 아픔이고 아픔은 인내다
그 인내가
삶이고 행복이다
그대 아세요
김 익 택
그대 아세요
별이지고
해가 뜨고
다시 어둠
그대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낡은 시간은
외로움이
동반자이데
생각해줘서
고맙다는 말
들을 수 없고
싫다 해도
또 많은 날
그대 생각 하는 나
나는
천상 바보인가
3,1절
김 익 택
고개 숙이면
절로 쏟아지는 눈물같이
서러웠던 적 있습니까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미안해 본 적 있습니까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
전쟁터로
남자는 징용
여자는 정신대
논 밭, 광산
문화재 도굴
성씨 바꾸고 언어를 말살한
일본국
그들이 그랬습니다
빼앗긴 조국 되찾기 위해
만주에서 중국에서 미국에서
조국 지하에서
총 칼 앞에 맞섰던 그분들
감사해야 하며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이 땅에서 사는 우리들
오늘 하루
나라를 위해
우리를 위해
가족을 위해
생명을 초개같이 버린
그분들의 삶 의미
단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분들이 없었다면
오늘은 없습니다
그분들 희생
잊거나 잃어버리면
나를 잃어 버리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