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치가 울고 있다



김 익 택





꽃 지고 없는 

연 씨방에 앉아 

여치가 울고 있다


전생에 

염불 소리를 들었던가

아니면 

지난 삶을 

추억하고 있는가

몸보다 긴 더듬이로 

사방팔방 되짚고 있


평생 

이슬만 먹고 살아도 

죽음을 무릅쓴

저항에 찌든 삶은

겪어야 하는 홍역인가

굳게 세운 네 다리가

사선에 선 저격수같이


바람의 심장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여치가 물었어



김 익 택




연꽃 씨방에게

여치가 묻는다

아직도 가을은 먼데

벌써 지고 말았냐고


자다가 남의 다리 긁으면 

간통 죄인 줄 몰라

기차는 떠났고 

내년 8월에 오면

만날 수 있을지…

그런데 

인연을 알긴 알아 


뿌리의 아픔을 잎이 모른 듯

보고 싶어도 다시 찾을 수 없고

생각나도 기억 못하는 게

우리네 삶이지


네가 낳은 알의 운명

네가 모르듯 

묻지 말고 궁금해 하지도 마라  

네가

죽을 만큼

몇십 만 배 절을 하기 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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