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연꽃
김 익 택
그대
진흙 수렁속에서
꽃몽오리 맺은 지 사 나흘
몰래 몰래
담장 밖을 살피는
옛날 사대부 규수같이
물 밖으로 얼굴 내민 지
낮 하루
순수 그 말 아니면
어울리지 않는
백의의 천사처럼
새하얗게 피었다가
해 저문 저녁
눈 닦고 봐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두운 밤이 되면
첫날 밤 새색시
하나 둘 속옷을 벗듯
한 잎 두 잎
펼치고 젖히는 붉은 꽃잎
그 어느 시대 여왕
왕관보다 우아하다
그 모습
눈 가진 사람들
누구나 하나같이
여왕을 보고 있는 듯
쉬이 눈길 거두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