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양항 갈매기의 집념

 

김 익택

 

 

 

영하의 바다는

파도도 칼날이고

바람도 칼날인데

 

저 고깃배 꽁무니에

따라오는 갈매들은

춥지도 않은가

날개 짓이 활기차다

 

어부가 던져 주는

멸치 한 마리

얻어먹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운수대통인데

 

42.195킬로미터 완주하는

마라토너마냥

부두안까지 따라오고 있다

 

 

 

 

 

 

 

 

내 마음의 노래

 

김 익 택

 

 

 

 

내 마음의 노래는

슬퍼도

사랑이고

즐거워도

이별이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는

멜로디

서두만 있고

종결만 있네

 

가사 박자 리듬

의미 없고

제목도 모르는

그 노래는

불러야 할

이유도 없고

목적도 없고

생각도 없이 부르지만

 

시작은 언제나

사랑

그 끝맺음은

언제나 이별이네

 

 

 

 

 

 

나는 무엇인가

 

김익 택

 

 

 

 

살면서 온 몸

전율이 일어나도록 기쁜 일

몇 번 있었던가

아픔보다 더 심장이 뛰는 기쁜 날

몇 번 있었던가

둘이서 하나된

큰 기쁜 맺음이 있고

아이를 얻은 그 다음

무엇이 있었던가

 

삶과 죽음

편 갈라 놓고

만남과 이별에

붉은 선을 그어 놓고

보고 듣고 겪은 삶

5%의 행복을 위해

95%의 전력 질주를

 

아름다운 꿈

희망의 꿈을

명줄에 걸어 놓고

이루지 못한 일

구원의 세상

저 세상을 믿는

 

아니

 

다음세대에 부채를 떠 맡기고 가는 나는

씨앗이었고

종자 외

무엇이었던가

 

 

 

 

 

 

 

고뇌 속에 숨은 우연

 

김 익 택

 

 

 

 

누가 나무라지 않아도

마음이 아픈 날은

하늘을 보자

마음 가는 대로

눈길 가는 대로

마음을 풀어 놓고

미친 사람같이 고함도 질러 보고

바보같이 웃어도 보자

세상에

우연한 그리움이 있을까 마는

하늘 땅속

또 그 어디에

가르침 없고

위로가 없어도

고뇌 속에서 깨닫는

나를 발견하는 삶

우연이 없다 말 할 수 있을까

 

 

 

 

 

 

 

 

내 마음속의 풍경

 

김 익 택

 

 

 

내 마음속에서 사는

그곳은

세월이 흘러도 늙지 않고

삶이 늙어도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시련과 행복

젊음과 늙음을

배척하지 않습니다

 

그곳의 풍경은

바람이라는 가객

계절이라는 빈객

청춘이라는 손님

 

모두 풍경일 뿐

좋고 나쁨

차별이라는 단어 모릅니다

 

 

 

 

 

 

시 쓰기에 앞서

 

 

김 익 택

 

 

 

 

 

사랑하고

그리워하여도

등 돌리면 남같이

내 마음의 한 줄 글

끄집어 내기가 힘에 겹다

 

그리움은

가식적인 포장같이

아름답고

교양과 지식은

빈 깡통이어서 시끄럽다

 

노력 없고 진통 없는

그렇고 그런 말과 수다는

수렁에 빠진 지혜같이 우울하다

 

그래도

자존심은 살아있어

써야 한다 할 수 있어

의무와 책임감 압박에

 

내가 나를 위한 위로하며

매달리는 나는

티끌 같은 양심은 있어

늘 죄인이 된다

 

 

 

 

 

 

 

 

 

 

 

 

 

 

 

 

 

강양항 아침바다

 

김 익 택

 

 

 

 

저 풍경 보고

맨발로 뛰어나온들 누가 흉보고

속옷바람으로 뛰쳐나온들 누가 욕할까

하늘은 오랜지 빛

펄펄 끓는 바다 위로

태양은 얼굴 붉힌 새색시같이 떠오르고

파도는 붉은 융단같이 펄럭인다

그 속에

초승달 같은 고깃배에 어부는

거물을 깃고

소문 없이 모여든 갈매기들

뱃머리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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