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비밀 정원
김 익 택
학암리 물돌이 마을은
숲 속에 꼭꼭 숨겨 놓은
보물 정원이다
아니다
농부의 심장에 숨겨둔
희망 정원이다
아니다
하늘 아니면
바람도 찾을 수 없고
태양 아니면
구름도 찾을 수 없다
비밀 정원이다
그래서 가을은
김 익 택
들에는 황금 빛
산에는 붉은 빛
따사로운 햇살 비추고
비늘 같은 바람 불면
만산의 홍엽은
나비같이 춤추고
언덕 배기 은빛 갈대는
누워서도 춤을 춘다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옷을 벗은 나무들은
만삭의 몸보다 무거운
추위를 맞으려고
마지막 한 톨 씨앗까지
바람에 떨구고
온몸 하얗게 말라 죽은
산들의 풀들은 내년 봄을 위해
죽어도 후회 없는
찬 겨울을 기꺼이 맞는다
그래서 가을은
바람이 귀 때기 때릴 때마다
웅웅대는 소리
소리는 맑아도 울음은 깊다
양심 없는 겨울
김 익 택
무더운 여름을 뜨겁게 맞이하던
노란 해바라기
갈 바람에 고개 떨구고
오는 겨울은 양심도 없다
들에는 곡식
산에는 단풍
시원한 바람 불어
피는 꽃마다
열매 맺는 것은
지난 여름 무더운 시련을 견뎌낸 아픔들인데
가을은 나 몰라라
무심히 홀로 즐기고 있다
길 위의 가을
김 익 택
파란 하늘 흰구름 떠 있는 곳
호젓한 오솔길을 나 홀로 걸어가면
누구나 소년이 되고 소녀가 되고 방랑자가 된다
코스모스 가는 허리
해바라기 밝은 미소
샐비어의 붉은 입술
조금만 불어도 애달파지는 가을은
바람이 전령사이고
빤히 보고도 늘 그리운 하늘의 계절이다
가을 낙엽은 그냥 낙엽이 아니다
혼자 밟고 가면 노스탈지어가 되고
둘이 밟고 가면 의로운 동반자가 되는
가을은
길 위의 서사가 있는 역사의 계절이다
가을은
오늘은 잠시 잊고
과거를 만드는 계절이고
미래를 엮는 과정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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