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참 고생 많이 했습니다

 

김 익 택

 

 

30년 당신 저와 살면서

참 고생 많이 했습니다

당신은 아닐지 모르지만

저는 참으로 사랑스럽고 행복했습니다

 

세상 다 줘도

당신 보다 못한 청춘시절

머금은 꽃과 향기는

시름과 시련에 낡고 닳아 희미해도

촉촉한 두 눈에 녹아 있고

 

순수 청순 추상 명사

견줄 수 없는 고운자태는

비바람 눈보라에 몸은 늙어

야윈 몸에 주름진 얼굴 잃어가도

청순한 마음속에 녹아 있습니다

 

당신 30년 저와 살면서

참 고생 많이 했습니다

이율배반일지 모르지만

저는 참으로 보람되고 희망적었습니다

아내의 세월

 

김 익 택

 

 

오늘

당신 얼굴 자세히 보니까

세월의 시름이

깊은 나이테를 그렸구려

 

마냥

잃지 않을 것 같은

부드러운 미소는

삶의 아픔에 잠식당하고

그 자리에 너그러움이 채웠구려

 

기억의 저편

아름다운 젊음은

딸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있을 뿐

야위고 초라한 체구만 남았구려

 

그 모습 보고 있는

지금 나

무엇으로 보상 할 수 없는

미안한 맘만 가득 차는구려

아내의 충고

김 익 택

 

 

 

 

 

고집 부리지 말아요

그만 참아요

사랑은 이해이며

실망은 관심이 지난치면 간섭

거기서부터 불화가 시작됩니다

차근차근 따지는

사람 되지 말고

소곤소곤 달래는

사람 되어야 합니다

관심은 지켜보는 것이고

사랑은 이해의 밑 바탕입니다

설득 용서 화해는

너그러움을 베푸는 아니고

참 마음을 찾는 것입니다

여보 (아내 생일에 붙여)

 

김 익 택

 

 

 

결혼 30년

매일 하루에 한편 시를 쓴지 11년

아직 당신에게 한 통의 감사편지 쓴 기억이 없군요

여보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가난과 빈곤

문화적으로는

영화구경 두 세 번

사랑으로는

우리 미희 낳은 것 밖에

내가 당신에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군요

젊었을 땐 헛된 자존심으로

서로 오해 아닌 오해로 상처를 많이주고 받았지요

나이 들면 철든다는

그 뜻은

상대방 마음을 내 마음 같이

백 퍼센트 이해를 했을 때 하는 말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여보 정말 미안합니다

젊음은 가고

반평생 넘긴 지금

늦었지만

열심히 사랑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여보

뒤늦었지만

사랑합니다

정말로

 

 

 

 

 

자책 그 앞에서

 

김 익 택

 

 

 

 

상상이 어디 제약이 있었던가

공상이 어디 윤리를 따졌던가

가당찬은 허영심이며 욕심이라 해도

마음이 중심이 확실하다면

실패하드라도 아름다운 도전

이 가을의 결실들은 모두

욕심이라는 말은 가당찬다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같이

아슬아슬한 일도 의심 없는

믿음 하나로 견뎠을 터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여

짜증과 불만만 늘어 놓는다면

해결이라는 말은 만용

실패도 긍정적인 생각 그것이 밑천이다

믿음 힘이 되고 용기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목표를 망설이는 나는

진정 어리석은 사람 아닌가

당신에게 향기가 났습니다

 

김 익 택

 

 

 

 

당신에게 꽃 향기 났습니다

봄에는 넉넉한 이팝꽃 향기가 삶을 풍요롭게 했고

여름은 가진 것 없어도 넉넉한 목백일홍같이 뜨거웠습니다

 

당신에게 과일 향기가 났습니다

가을에는 상큼한 사과향기가 몸 평화롭게 했고

겨울에는 시원한 배향기가 정신을 시원하게 했습니다

 

 

 

사랑한다 그 말보다 미안합니다

 

김 익 택

 

 

 

 

우리도 저런 빌딩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당신은 농담처럼 희망처럼 말 했지요

 

고생을 희망같이 가난을 생활같이 한 당신

하지만 능력 없는 나는

그래 좋겠다

농담으로 그 말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사랑도 돈이 있어야 행복하고

아픔도 돈이 있어야 위로가 된다는 사실 알고부터

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으니까요

 

능력 없는 사람에겐 사랑합니다 그 말조차

미안해서 선뜻 하기 어려운 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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