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안 되는 날



김 익 택

 

 

 

한 음절

시어를 찾기 위해

듣고 배우고 읽었던 

지식과 모든 상념

긁어 모아도

삶을 관통 하는 시어는

쉬이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 단어

시어를 찾기 위해

습관처럼 만지작거렸던 관자놀이가

멍 들도록 고뇌해도

정체를 들어내지 않는

시어는 언제나 궁핍하다


한 문장

시를 짖기 위해 

정독 음독

속독 다독 

책을 읽고 읽어도

새로운 언어의 융합은

안착 되지 않고

이미 고착화된 언어들만

여름날 매미 소리처럼 

뇌리에서 맴돌 뿐이다


그런 날은

내가 익히 알고 있었던

잠언들마저 자취를 감추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잡다한 언어들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을 뿐


기억 저편 

그 어디에 있을 

시어는

굳어버린  암각화처럼 

되살아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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