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김 익 택

 



 

가을이 오면

보낼 곳 없어도

한 통의 편지를 쓰고 싶다

아스라히 생각나는

기억 저편의 사람들

눈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던 어느 여고생

동생처럼 따랐던 예쁜 어느 여중생

지금은 모두

얼굴도 잊고 이름도 잊었지만

길가 아스팔트에 

노란 은행잎 떨어지고

산사에 빨강 단풍 한들거리면

한 통의 편지를 쓰고 싶다

사춘기 내내

마음 고생이 여간 아니었던 그 시절

첫 사랑이었고 짝사랑이었던

늘 그리웠던 그 소녀에게도

내 마음대로 상상하고

내 마음대로 사랑하고 

내 마음대로 그리워하고

내 마음대로 몰래 좋아한 죄

한 통의 사과 편지를 쓰고 싶다

그들이 아니어도

가을이 오면

잊음이 그리움 되어서

마음 한구석 외로움이

서산에 지는 붉은 노을같이 애틋해

그리움이 외로움 된 

그 아무에게나

한 통의 편지를 써

오고 가는 가을을 소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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