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밖 숲의 늙버들은


김 익 택



 

 

오백 년을

사는 동안

아무런 이유 없이

볼을 후려쳐도 참고

허리를 마구 꺾어도 참고

다리를 무참히 잘라도 참고

온 몸을 사정 없이 짓밟아도 참고

 

꺾으면 꺾어진 그대로

넘어지면 넘어진 그대로

부러뜨리면 부러뜨려진 그대로

죽음 아니면

참고 참았던 삶

 

우울

외로움

천대 멸시를

친구같이 삶같이

생면부지 오백 년 

 

믿는 것은 오직 시간

삶이 구원해주고

삶이 사랑해 줄 것이라는 믿음

그것 아니면

저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럽지 않으리라

 

흐르는 정맥마다

굳어버린

울퉁불퉁한 혈액 종

 

스쳐가는 망막마다

느껴지는

고달픈 삶의 흔적들

삶의 한계를 뛰어 넘은

인내가

아파서 경이롭고

살아있어서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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