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김 익 택
이른 봄에 싹이 돋아
잎이 피고 꽃도 피면
꽃 진 뒤 열매 맺는
흔한 풀꽃 아니다
하나 이면서 둘이 되고
둘 이면서 하나 되는
죽어야 사는 영혼처럼
살아도 못 만나는 삶
청명이 소서를 모르듯
하지가 처서를 모르는
일심동체 낱말 모호한
평생 어긋난 이율배반
꽃을 보려 오는 연인
꽃을 보고 가는 연인
그들의 가슴속에 무릇
사랑의 화신이다
-상사화 피고 지는 시기-
청명 4월5일 전후로 잎이 돋고
하지 6월22 전후로 잎이 진다
소서 7월7 전후로 꽃 대궁이 올라와서 꽃이 피고
처서 8월23 전후로 꽃이 진다
사랑을 잃고
김 익 택
사랑을 잃고 밥 숟가락 들면
먹어야 하나 살아야 하나 그 생각에
밥맛 없고 입맛 없어
먹는 것도 서럽고 씹는 것도 서럽지
사랑하는 사람 잃고 난 뒤
눈물 콧물 밥 먹어본 사람 아니면
따뜻한 찰밥도 모래알 같다는 것
아무리 말을 해도 모르지
밝은 대 낮은
살아 있는 내가 싫고 구차해서
삶의 의미 그 어디서 찾을 수 없어
쥐구멍으로 들어가 나를 숨기고 싶고
어두운 밤 창 밖을 내려다 보면
눈물너머 보이는 흐릿한 불빛 세상은
모두 절벽
하늘의 바다에 풍덩 뛰어내리고 싶지
첫 사랑은 아프다
김 익 택
상처 없이도 아프다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
봐도 아프고
못 보면 더 아프다
독백은 외롭다
고백은 부끄러워 못한다
혼자 있어도 아프고
둘이서 있어도 아프다
말 못하게 아픈 것이
첫 사랑이다
엄마는 말하지
김 익 택
언제부턴가
소녀에게는
한 남자가 삶의 목표였다
그 남자 집 어딘지 모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온도 습도 바람
기압골을 생각하고
하늘이 잔뜩 흐린 날이면
겔 것이지 비가 올 것인지
그 남자가 입고 나올 수 있는
셔츠 또는 자켓, 바지와 우산은 준비했는지
신발과 헤어스타일 가죽 벨트, 기온 차가 심하면
감기 걱정까지 하지
하지만
소녀는 그 남자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가끔,
TV인터뷰에 또는 프로그램 게스트로 나와
짤막하게 들려주는 가족사와 학교 다닐 때 에피소드
그것 뿐
그러므로
그 남자의 정보는
언제 어디서 나
아쉬운
삶의 영 순위,
나라의 대통령이 누구이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는 자연 재해로 아이들이 굶어 죽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는 전쟁으로 민간과 아이들이 무참히 살해되고
전세계가 들끓게 하는 월드컵 축구와 세계야구선수권대회도
그 소녀는 그 남자가 TV에 나오면 채널 고정이다
그 소녀 그러나
속 타는 만큼 그 남자에게 적극적이지 못하다
의사를 전달 할 수 있는 팬 카페 가입하면
운이 좋으면 직접 만날 수도 있고
이 메일로 의사를 전달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을 터
소녀는 엄두조차 못 낸다
순수성을 잃은 행동은
파파라치로 오인 될 수 있는 여지100%
섣부른 행동 뒤에 낭패감과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이 입을 피해와 자신의 자존심을 생각하면······
그 소녀 그 뒤론
체념에 가까운 자포자기를 하고 만다
인연 닿으면 만날 것이고
지나가는 바람이라면 쉬이 잊혀지리라
그렇게······
그래도
생각나
하루에 물길이 두 번 바뀌고
물속 온도 변화와 파고의 높이와 물의 깊이와
달이 찰 때와 달이 빠질 때
지구와 달의 자연의 섭리처럼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 남자의 상념이
시를 짖게 하는 밤이면
소녀는 산소가 모자라 뭍으로 튀어 나오는 물고기처럼
우울한 시간,
달이 기울기를 몇 번
상념이 상념을 제풀에 꺾이는 그때
엄마가 말 한다
한때 엄마도
너처럼
가수를 좋아하고 배우를 좋아했다고
하지만 그 시절 지나고 나니
가을 국화 같은 형기였다고
사랑은
김 익 택
과일이 단 것은
지독한 무더위가 있었기 때문이고
오색나비가 아름다운 것은
애벌레가 혹독한 추위를 견뎌냈기 때문이다
내가 잉태 된 것은
어머니의 뜨거운 순정과 아버지의 열정의
씨앗이다
보아라 보이느냐
사랑은 눈에 비친 아름다운 겉모습을 보고
쉬이 판단 하는 것이 아니라네
아느냐, 알고 있느냐
사랑은 얄팍한 지식과 생각으로
섣불리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네
믿느냐 믿겠느냐
이성을 잃은 사랑은 먹이를 두고 쫓는 늑대와 같이
저돌적이라서 무조건적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네
사랑은 마음과 믿음과 이해가 일치 될 때
태양과 바람과 비가 푸른 하늘에게 약속하는 것이라네
꽃말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슬픈 사랑
수선화과의 다년초로 한국, 중국, 일본에 자생하는 동아시아 특산 식물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중부 이남의 남 서부 지역에 주로 자생하는데 분포는 전라남도, 전라북도 및 경상남도에 큰 군락지가 있다. 상사화는 상사화류 중의 한 종류인 상사화를 가리키지만 일반적으로 상사화류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1종 정도가 분포되어 있는데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서 7~8월에 개화하는 상사화 타입과 9~10월에 개화는 석산 타입으로 구분된다. 꽃눈 분화 개시는 4~5월 초순경이고 잎이 나오는 시기에 따라서는 9월 중하순에 잎이 나와 이듬해 5월 중하순에 잎이 말라지는 가을 출엽형과 2월 중하순에 잎이 나와 5월 중순에 잎이 말라지는 봄 출엽형으로 구분되는데 가을 출엽형은 잎이 짙은 반면 봄 출엽형은 잎이 옅은 경향이 있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이다.
상사화 전설 1
상사화는 나팔꽃과 같이 몇 안 되는 남자가 죽어 환생한 꽃이랍니다. 옛날 한 마을에 너무나 사랑하는 부부가 아이가 없어 간절히 소망한 가운데 늦게야 태어난 아이가 딸이였다 합니다. 고명딸로 태어난 아이는 부모님에 대한 효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이쁨은 온 마을에 자랑으로 소문이 자자했답니다. 그러다 아버님이 병이 들어 돌아 가시어서 극락왕생하시라며 백일동안 탑돌이를 하였는데 처녀를 지켜 보는 사람이 있었으니 큰 스님 시중 드는 스님이였으니 누가 볼세라... 마음을 틀킬세라. 안절 부절 두근반 세근반 분홍으로 물들어 감이 하도 애절한 가운데 말 한 마디 못하고 어느 덧 백일은 다가왔으니 불공을 마치고 처녀가 집으로 돌아 가던 날 스님은 절 뒷 언덕에서 하염없이 그리워하다 그만 그날부터 시름 시름 앓기 시작하여 운명을 달리 했다 합니다. 그 다음 해 봄, 절가에 곱게 핀 한 송이 꽃이 그 스님의 무덤 옆이라 언제나 잎이 먼저 나고 잎이 말라 스러져야 꽃대가 쑥~ 하고 올라와서는 연보라 꽃송이를 고개가 무겁게 피었던 지라 이름하여 상사화라 한답니다. 세속의 여인을 사랑하여 말 한 마디 못한 그 스님의 애절함이... 그래서 "이룰수 없는 사랑"이 꽃말이라 합니다.
상사화 전설 2
옛날 사람들이 모두 천국에 살았을 시절 두 남매가 살았습니다. 사이좋은 누나와 동생은 바닷가에서 달을 보며 걷고 있었습니다. 누나는 달을 보며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자 동생은 누나를 일으키려고 하다가 안 되니까 누나를 꼭 끌어 안았습니다. 둘은 그때부터 사랑의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물론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사랑이지요. 둘은 날마다 바닷가의 돌위에 앉아서 포옹을 하였습니다. 그것을 본 엄마는 둘을 떼어놓았지요.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이루어져서는 안 되는 사랑을 하는 남매를 꽃으로 환생시켜 인간 세계에 내려보냈습니다. 누나는 상사화의 꽃이되고 동생은 잎이 되었습니다. 둘은 뛸듯이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꽃이 되니 서로 같이 있을 수 있잖아요. 누나와 동생은 상사화가 되었지만 둘은 만날 수 없었어요. 항상 누나가 필 때는 동생은 지고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둘은 아무리 기다려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잎이 나와서 다 시든 다음에야 꽃대가 올라와 피어나니 평생 만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상사화 전설 3 전설 속의 상사화(相思花; Lycoris squamigera)
옛날 바다 건너 중국 땅에 딸만 있는 약초 캐는 사람이 조선에 불로초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약초를 캐기 위해 조선에 당도하여 전국을 헤매다 결국 죽게 되었는데 딸에게 후대에라도 불로초를 구해야 한다는 유언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유언을 듣고 불로초를 찿아나선 처녀는 어느 암자에서 고승을 만나 육신을 버리고 도를 깨우치는 것이 영원히 살 수 있는 길이라는 가르침을 깨닫고 암자에 머물며 수도를 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큰절에서 고승의 가르침을 받으러 찾아온 젊은 스님을 만나 짝사랑하게 되었으나 고백하지 못하고 세월이 흘러 젊은 스님은 다시 큰절로 내려가게 되었다. 결국 처녀는 참지 못하고 큰절에 찾아가 젊은 스님에게 사랑을 고백하였으나 '불자의 몸으로 여자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의 유언도 이루지 못하고 사랑까지 거절 당한 충격에 그 자리에서 요절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 잎이 없는 꽃이 피어 이상하게 생각하던 중 무더기로 자란 잎이 지고나자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주위 사람들이 아름다운 처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가엽게 여겨 그 꽃을 상사화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