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대왕암 일출
김 익 택
맑은 마음으로
예의 갖추어 맞이하라고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찬바람이
시인 얼굴을 씻어 주는데
수평선에 도드라지는
붉은 빛에
잔별이 자취를 감추면
쇳물속에 솟는 태양이
고통속의 환희같이 옹골차다
동동할미바람
김 익 택
소리 없고 말없는
냉정함 속 진리
자숙할 줄 알아야 하고
침착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잘못해서 고개 숙이는 것이 아니라
미안해서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숙여야 떠오르고
고개를 숙여야 보이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라고
찬바람이 불면
내 마음에 이는 바람
냉정하게 생각하고 냉정하게 판다 하라고
찬바람이 분다
내 마음에 바람이 분다
일출 그 짧은 시간
김 익 택
피었다 지는 꽃 향기인가
홀연히 나타났다 흔적없이 사라지는
천사의 궤적인가
붉은 먼동 앞을 지나가는 갈매기들이
궤적이 미학을 연출하는데
피사체와 내가
카메라와 내가
일심동체가 되지 못한 채
허둥대는 사이
두둥실 떠 오른 하얀 태양
다음에 보자는 듯 웃고 있다
삭풍
김 익 택
글쎄요
찬바람이 나른하고 게으른 삶들에게
똥침을 놓은 것인가요
추위에 쪼들은 소나무가
찬바람에 시원하게 웃고요
잎푸른 대나무가 파도 춤을 추네요
그 풍경 보고 있는 사람들은
바람이 심상찮다며
어깨를 움츠리며 방으로 들어 가네요
인성
김 익 택
아이야
네 아비가 못살고 유명하지 않아 변명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 60해를 넘게 살아 보니까
의사가 되어도 젊음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고
판검사가 되어도
교도소 들락거리고
부자가 되어도 행복하지 못하고
명예가 높아도
세상에 욕은 다 얻어먹더라
세상은 공평해서
오르막이 내리막이 있듯
행복 사랑 불행 고통 부자 가난
절망 희망 모두
고유명사 아니고 보통명사
누구나 겪게 되는 법
그 행복과 불행 어떻게 대처하느냐 따라
전화위복이 될 수도
불행의 늪으로 빠질 수도 있단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명쾌한 해답은 잘 모르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진실하게 살고
정의롭게 살고
이해하고 살고
사랑하면 살아야 한다는 것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면
행복도 있고 보람도 있단다
애비가 살아보니까
세상은 정의와 믿음과 사랑
그 근본이 인성이더라
11월 회고
김 익 택
겨울 속으로 떠나는
저 두 사람은
친구인가 연인가
그들이 떠난 12월은
사랑도 인내도 한계 인계점
마지막 종점을 향해 달려오는 마라토너같이
기직맥진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았는지
자랑할 것 없어도 바쁘게 살았어도
남은 것 허무뿐
아
저 산의 나무
저 들판에 괴수원 저 논에 벼들은
열매는 보시하고 빈손인데
나는 베풀지 않고 나누지 않아도
빈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