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
김 익 택
눈 속에서 피어서
봄이 무르익기도 전에
자취를 감추는
너를 보고 있으면
결코 평범한 삶 아니네
필시 너는
하늘에서 보낸
봄의 전령사일터
그렇지 않고 서야
혹한 추위에
해 맑은 아이 웃음소리같이
샛노란 병아리같이
순수 그 말 아니면
표현이 되지 않는 빛으로
눈발 속에서 피어서
웃을 수 없는 것이지
들꽃의 존재 의미
김 익 택
이름 없는 들꽃이라
무시하지 말고 함부로 뽑지 마라
사라지면
우리가 모를
또 하나 삶의 운명이
사라지는 일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내가 너를 모르듯이
그 들꽃 이로움과 의로움
네가 우리가 어찌 다 알까
살았을 때
곤충 삶의 먹이 되고
해충 삶의 약이 되고
철새들 먹이와
보금자리 될 수 있음이며
죽어서는
살신성초
곤충에게
사람에게
먹이보다 더 소중한 죽어가는 생명
살리 수 있는 약효가 있을지
누가 알까
이름 없는 들꽃을
꺾을 때는 반드시
미안하다 말은 하지 못해도
눈빛으로 마음으로
미안하다는 마음으로
봉우리를 꺾지 말고
꼬오 옥
꽃 핀 뒤 꺾어라
일 년을 기다리는 삶
억울하지 않게
겨울 속 봄 비
김 익 택
겨울 속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빛도 없고 바람도 없는
땅속으로 비가
태양의 계시를 받아
땅 속 삶들에게
혼을 불어 넣고 있다
준비는 아무리 해도
불충분한 법
서두르는 삶
되지 말고 준비하라고
겨울 속에 봄 비가
겨울을 밀어내고 있다
복수초 너는
김 익 택
겨울 내내 참았던 인내
그 뒤 희망같이
눈을 의심케 하는
노란 빛
누가 너를 보고
고귀하다 아니 하고
미소를 띄우지 아니 할 수 있을까
위대한 봄
김 익 택
증발하는 수증기도
꽁꽁 얼게 하고
살을 에이는 칼 바람도
아이스크림같이
달콤하게 만드는
봄은
인내의 화신
부수고 깨뜨리는 폭력
그 추운 겨울도
술에 취해 몽롱하듯
아지랑이 손짓에 허물어지는
봄은
정령
사랑이 아니라고
누가 말 할 수 있을까
봄은 새싹을 앞 세우고
김 익 택
남풍이 언 땅 쓰다듬는
이월중순
얼음 녹는 물방울
수증기가
무거운 짐 벗어 놓고
하늘 여행 떠나는 사이
죽음을 무릅쓴 초병같이
얼어 죽을 각오로
복소초가 먼저
싹을 틔우면
뒤따라 싹을 틔우는
냉이 쑥 달래 바람꽃들
이제는
바람도 못 이기고
추위도 못 이기는
백만 천만 억만
그보다 더 많은 새싹들이
온 대지를 초록 깃발을 세운다
삶의 본질
김 익 택
가만히 눈 감고
바람의 떨림 소리를 듣고 있으면
겨울은
바람 소리로 삶의 인내를 이야기하고
바람 소리로 기다림의 미학을 얘기하고
바람 소리로 계절을 이야기합니다
가만히 귀 기울여
물 흐르는 소리로 듣고 있으면
봄은
물소리로 생명을 이야기하고
물소리로 하늘과 땅의 이야기를 합니다
가만히 귀를 닫고
더위를 식히고 있으면
여름은
기온으로 삶의 본연을 이야기하고
기온을 빌려 삶의 본질을 이야기 합니다
가만히 마음을 가다듬고
빛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있으면
가을은
빛으로 생명의 씨앗의 이야기를 하고
빛으로 과거를 거울로 비쳐주고
빛으로 미래의 준비를 이야기합니다
계절의 질문
김 익 택
오늘 날씨가 어제같이 맑아도
계절이 묻는 질문은 다릅니다
계절의 질문에
대답할 이유 없고
책임 추궁 같은 것 없지만
기회와 시기를 놓치면
다시는 기약 없다는 것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추상같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아침 저녁 놀 빛이 같아도
빛의 본질은 다릅니다
아침은 놀의 본질은 밝음을 몰고 오고
저녁 놀의 본질은 어둠을 몰고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