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아침
김 익 택
내 속에 타오르는 향연
어쩌지 못해
두 얼굴의 사나이
앞 가슴에 단추 터지듯
마구 터뜨리는 꽃이여
제 아무리 못된 사람도
너를 보고 있으면
가슴은 박하사탕이 되느니
화사해서 부끄러운
너의 향연은
새댁 하얀 이부자리에
붉은 얼룩처럼
이 아침 가슴이 붉어진다
벚꽃은 비를 맞아도 싱그럽다
김 익 택
매화피고
진달래피고
목련피고 나면
행여
꽃샘 추위에 얼까
걱정 없이 피는
벚꽃은
사정없이 봄비가 몰아쳐도
이팔청춘 누이
젖은 옷에 비치는 알몸같이
풋풋하고 싱그럽다
꽃이 피고 꽃 지고
김 익 택
향기롭고
생생한 꽃잎
미련 버리지 못한
매화
꽃 가지에 말라붙고 나면
그제서야 내세상같이 피는
붉은 꽃 몽우리
동백
아프게 피어서
검은 땅 바닥에
아프게 지고 나면
그 머리 위에
활개치며 피는
목련
그 백목련 꽃잎
땅바닥에 하얗게 도배하면
시기하듯
군무하듯
온 세상 하얗게 수놓는
화사한
벚꽃
그리고
온 세상은 초록빛이지
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김익 택
내 나이 20대
해마다 봄이 오면 나는
죽음을 생각 할 만큼 몸살을 앓았다
목에 아파 먹는 것조차 힘들고
코가 막혀 숨쉬는 것조차 힘들었지
기침을 아무리 해도 가슴이 답답했지
그 고통의 시간 견디는 방법은
참다가 나도 몰래 잠자는 것 밖에
벚꽃 속을 너와 내가 걸어가면
김 익 택
벚꽃 속으로
너와 내가
걸어가면
너도 나도
한송이 꽃
이꽃 저꽃
드나드는
벌 나비
아니지만
너도 나도
화사한 벚꽃
가슴에 하얀
이부자리
입술에
달콤한 향기가
머리에서
발끝까지
엔돌핀이 솟는다
겨울나무의 봄 준비
김 익 택
겨울 산
앙상한
저 나무는
꽁꽁 언 땅에서
죽음같이 살아도
죽은 것이 아니지
찬란한 봄
삶을 잉태하기 위해
깊은 어둠 속에서
숨돌릴 여유 없이
사유하고 고뇌하느라
긴 겨울도 짧았으리
조용하고
고요하다고
무작정
봄을 기다리는
단 하루도 없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