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는
김 익 택
매화꽃이 피었으니
봄이 온다고
바람불면
꽃샘 바람이라고
수군대던 때가
바로 엊그제
목련
진달래
개나리가
아웅다웅 피고
깊은 산속 노루귀 처녀치마
이름 모를 무덤가 할미꽃들은
질세라 서둘러 피더니
어느새 나비는
등 바람지고
길 나서고 있다
꽃이 피는 뜻
김 익 택
풀이던 나무이던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꽃 피우지 않고
열매 맺는 식물 보았던가
꽃 피우고
향기 흩날리는 것은
모두 제짝을 찾기 위한
몸부림
눈 멀도록
아름다운 사랑
그 뒤
숨은 삶 의미는
종족 보존의 본능
죽기 전
또 하나의 나
생명의 필 살기를
남겨두고 가는 것이지
들꽃은
김 익 택
후르르 꽃잎 떨군 그 자리
돋는 잎새마다 푸른빛
세대교체는
또 하나의 생명탄생
들꽃은 박수칠 때 떠날 줄 안다
오래 살고 싶다는 것은 욕망
자연의 순리를 역행 할뿐
후세에겐 입에 물리는 자갈이다
볕 좋은 봄날 하루
김 익 택
배꼽이 시장한
점심
향긋한 봄나물에
밥 한 그릇
뚝딱 먹고 나니
닭 졸듯 오는 졸음
눈꺼풀이
천 건 만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