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김 익 택
그대를 알고부터 세상은 모두
나를 위한 세상인 것 같았고
내 마음 풀밭에는
이슬 머금은 꽃밭이었지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망아지같이
그대와 내가
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꿈은
장미에 맺힌 영롱한 이슬처럼 싱그러웠지
가슴에는 샛노란 꽃이 피고
믿음이 토실한 열매 맺을
훗날은
내가 살고 있는 삶 중 으뜸
시작은 또 하나의 꿈꾸는 세상이었지
생각만해도 상큼한
과즙이 입안에 생성하고
생각만해도 얼굴에 붉은 꽃물이 들면
그 행복 누가 질투할까
드러내 놓고 좋아하면
그 행여 행복이 달아날까
웃음도 아까운 그런 청춘 있었지
가는 봄 오는 여름
김 익 택
꽃잎이 지고 있다
후회할 사이도 없이
푸름은 잊으라 하고
바람은 모르는 척 입술 닦고 가는데
가는 비는 꽃잎을 쫓고
오는 비가 푸름을 재촉하는 사이
나비는 우화하고
새들은 둥지를 짖고 있다
청춘 애환
김 익 택
내 생일 잊을까 봐
메모하든 고운 손 눈에 선한데
그녀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벚꽃 흩날리듯
청춘은 가도
해마다 봄이오면
벚꽃은 피는데
내 청춘 벚꽃은
진한 향기 흩날릴 기회도 없네
내 시 벚꽃 피는 날은 언제일까
그런 봄은 오기는 오려나
밤마다 부셔지는
저 물결의 달빛처럼
날마다 어질러지는
시간은 짧은데
나는 정녕
이름 없이 지고 마는
나그네 꽃이었던가
그냥 놔 두라고 하네요
김 익 택
계곡에 이리저리 떨어져 있는
노란 산수유 꽃을
맑은 물은 모르는 채
그냥 놔 두라고 하고
모랫바닥에 늘려있는
하얀 목련 꽃잎을
개미는 치우지 말라 하네요
봄 바람에 후르르 휘날리는
하얀 벚꽃을
바람은 길모퉁이에 쌓일 때까지
모른척 하라 하고
꽃 대궁이 그대로 땅에 떨어진
붉은 동백은
녹아서 사라질 때까지
못 본척 그냥 지나가라 하네요
그대는 몰라요
김 익 택
어두운 밤 내가 무슨 생각 하는지
그대는 몰라요
예전에는 달 밝은 밤을 좋아했고
별이 빛나는 밤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그대를 알고부터
혼자 하는 생각은
마냥 부풀어 오르다
터져버린 고무 풍선
찢어진 고무조각 가슴에 남았죠
그래도 그대 생각나면
터진 봇물처럼 막을 수 없어
홀로 길을 나서면
보이는 것 마다 외로움뿐이어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죠
나 혼자 소통하고
나 혼자 위로하고
나 혼자 외로워 하는 시간은
북풍 찬 바람을 맞고 서 있는
외따로 떨어진
산 등성이 소나무 한거루이었지요
친구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고
부모의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
달 밝은 밤은 아파서 싫고
별이 빛나는 밤은 꿈이 아득해서 싫었지요
아무 생각 없이
어머니 몸 속에서
10개월 동안 먹고 자고 자랐듯이
그대 얼굴 볼 수 없고
내 얼굴 내가 볼 수 없는
어둡고 깊숙한 밤을 좋아하게 되었죠
꽃이 피고 그윽한 향기는
사랑을 하는 사람에게는 매일 자극이죠
그 기회를 가지지 못한 사람
깊은 잠처럼 그냥 잊고 싶었지요
그대는 몰라요
어두운 밤을 왜 좋아하는지
어두워야 깊은 울음을 울 수 있고
어두워야 외로운 맘 꺼내놓고 볼 수 있고
어두워야 부끄러움을 깜출 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