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는 꽃의 위로
김익택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행복은 없다
돕고 사는 것밖에 없고
사랑하는 것밖에 없다고
저 산에 숲은
오늘도
어울려야 아름답다고
평생을 말하고 또 말한다
저 산의 많은 꽃들은
저절로 자라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가 만들고 내가 키우고
내가 지키는 삶이다
내가 나를 지키기 버거울 때
하나보다 둘이 좋고
둘보다 셋이 힘이 된다고
그래서 어울러 사는 것이다


꽃과 사람
김익택
겨울비는 매 순간
마음까지 얼어붙게 하지만
이른 봄을 기다리는 생명들에게는
오늘의 언 비가
삶이 녹녹하지 않는
교훈을 안겨준다
피는 꽃이
아름답지 않는 꽃이 있던가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자신을 알리는 고유한
색이 있고 향기가 있다
그것 모두
알고 보면
살기위한 몸부림 아닌가
그렇게 꽃들은
후회도 미련도
고마움을 간직한 채
꽃잎이 잊게 하는 푸름이 올때까지
또 한 시절
꽃은 사람에게 사람은 꽃에게
아름다움의 기쁨을 주고
고마움을 전한다



벚꽃과 상춘객 사이
김익택
벚꽃이 봄의 가슴을 여는 날
겨울 옷을 벗은 사람들이
벌처럼 모여들었다
서로 목적이 다른 벚꽃과 사람 사이
벌들은 만찬이 불편했고
벚꽃은 생존번식 방해가 불편했다
이것 개의치 않는 사람들은
꽃의 미학과 향기가
저희들을 위한 축복인양 거리낌이 없었다



벚꽃 피는 계절 사월은
김익택
소리 없는 아우성같이
그대 피는 사월은
조용히 고요히 피어
채우지 못하고
위로하지 못한
우울한 가슴을
그대가 훤하게 웃게 하고 있다



벚꽃과 봄비
김익택
벚꽃 천하 사월
궂은비기 이틀 내리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그만 내리라 하고
초록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웃고 있다
오면 가는 것이 있듯이
사월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움을 제공하고 있다
서운하지만 부듯한 가슴을 안고
공연장 문을 나서는 사람들 같이
내라는 비가 푸름을
빨리 채우라고
메마른 대지를 적시고 있다


벚꽃 떨어지는 모습
김익택
바람이 흔들지도 않아도 떨어지는
벚꽃
흰나비가 되고 싶었던가
떨어지는 모습
날개가 없어도 나비 같다
빛이 비추지 않아도 반짝이는
벚꽃
보석이 되고 싶었던가
떨어지는 모습
임자 없는 다이아몬드 같다
바람이 흔들지도 않아도 떨어지는
벚꽃
술에 취하고 싶었던가
떨어지는 모습
정신없이 취한 사람 같다


벚꽃비를 맞으며
김익택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면 과거를 모르듯
저 벚꽃 화르르 떨어지고 나면
돋아나는 초록 잎은 꽃의 영광을 알까
이렇듯
내가 몰라도 네가 알고 내가 알아도 네가 모르는
과거 속에 사는 기억은
대게는 아픔까지 수용하는
치유라는 아름다운 선물을 가지고 있다
시간을 이기는 삶이 있지 않는 한
삶은 주어진 환경을 사랑할 수밖에
해가 뜨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은
삶의 활력소
그 이상만 있을 뿐 그 이하는 없다
벚꽃이 피는 보름
아름다움을 안겨주고 흙으로 돌아가지만
남겨 둔 추억은 내일의 희망
흐느적 흐느적 떨어지는 하얀 꽃잎을 바라보며
고마움 하나 가슴에 심어본다
너 때문에 올 봄도 아름다웠다고



벚꽃 길은 천상의 길
김익택
벚꽃길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
숨쉰다는 것이 고맙고
눈이 있다는 것이 고마움을
사는 동안 소음공해속에서
조용히 고요히 피어서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있다



꽃이 피고 지는 것은
김익택
아쉽다 그립다는 말은
가슴가진 삶들에게 몫으로 남겨두고
꽃은 조용히 피어서 조용히 떨어진다
내년의 약속은
지켜야 살고 지키지 않으면 죽는
천재 지변 아니면 필요 없는 말
꽃이 피고 꽃이 지는 일은
함께 나누며 더 행복한
긴 겨울을 이겨낸 자축이며 위로이다



우리가 제일 먼저 감사해야 할 일
김익택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감사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그 시작은
우리가 들이켜는 공기
우리가 마시는
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평생 삶을 같이 하는 건
부모도 아니고
부부도 아니고 자식도 아닙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소리 없이 우리 곁은 지키는 것은
바람이며 눈물입니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삶의 시작과 끝까지 함께 존재하는
그것을 무시하면
나를 무시하고
삶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위로는 그에게도
힘이 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꼭


꽃은 비에 젖어도 아름답다
김익택
비 오는 날 꽃이 피었습니다
내리는 비는 옥구슬이었고
바람은 사랑의 매개체인양 맑았습니다
맡을 수 없는 향기가 아쉬웠지만
꽃잎에 맺힌 물방울이
나그네를 위로를 했죠
톡톡 건드리는 리드미컬한 물방울과
간들간들 흔드는 바람
그리고 청초한 꽃
당장 손으로 만지고 싶었지만
만지면 오염될까 건드리면 놀랄까
가만히 보고 있었죠
꽃잎에 방울방울 맺힌 물방울이
젖어서 아름다운 여인의 나신의
물방울같이
탐스럽고 싱싱하고 풋풋하고 아름다웠죠
사랑해도 받아드릴 수 있는
예의를 생각하게 했죠
잠시 욕심을 부린 것이 미안하다고
비처럼 흩뿌리고 돌아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