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연정
김 익 택
보고 싶다는 말
하지 않고
바지가랑이
붙잡지 않아도
오늘 아니면 언제 볼까
부질없는
이 다음 약속
내가 나를 약속할 수 없다
그립다
보고 싶다
사랑하는 사이
아니어도
내일 되면
아쉬워
평생 후회할까
마음 갈피
그대에게 머물러
천리 가는 발길을
돌아 세운다
모란의 그리움
김 익 택
평생 수절하는 맘을 그 누가 아랴
돌아보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이제는 그만
햇살이 머릴 쓰다듬고
바람이 어깰 토닥거려도
모란은 못 들은 척
얼굴에 연지곤지 찍고
닿으면 녹일 것 같은
분홍 혀를 내밀고 있다
그에게 기회를 준
봄은
보름 아닌 갓 사 나흘
기다림에 지쳐서
밤엔 울어서 예쁘고
낮엔 웃어서 예뻐도
마음 알아주는 매파 없다
이루지 못한 사랑
신비하다는 말
만고불변 고전 일지라도
사랑 한번 해보지 않는 그에게
수개미 사랑이
더 그리울지도 모를 일
사랑은 몰라도 그리움은
평생 끌어안고 살아야 하는 운명
그에게 사랑은
한이 되고 원귀가 된다 해도
마음으로도 건너지 못하는 바다
그에게 짧은 봄
갓 사 나흘은는
천 년을 울어도 짧은 울음이다
그에게 사랑은
사랑 아니라 사치다
모란 너를 두고
김 익 택
눈길 주지 못하고
돌아서는
내 뒤통수에 머무는
그대 파리한 입술에
묻는 듯 마는 듯
늘 두고 아쉬운
그 무엇
집에 돌아와서도 미안해
이다음 언제
만날 기회 있을지 몰라도
고고한 너의 품위에
미치지 못한 나
못내 미안하고 섭섭하다
모란꽃의 빙의
김 익 택
새댁 침실에
곱게 수놓은
모란 꽃
겹겹이 싸인
붉은 꽃잎 속
노랑 꽃술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오묘한 빛
예뻐서 설레고
아담해서 복스럽다
더 깊이 눈 여겨
보고 있으면
미학의 속내를
끝내 못 헤아려
꽃의 빙의가 되고 말아
새댁이 꽃이 되고
꽃이 새댁이 되어
아득한 그 어떤 세계에서
홀로 방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모란의 품격
김 익 택
장미가 그대처럼
품격이 있었던가
알아도 눈감아주고
아름다워도 티 내지 않은
그 정숙한 미소
그곳 그 자리 가만히 있어도
느껴지는 사랑과 진실
정심 진심 시심으로
우려 나오는 그것 만으로
그대는 이미 행복 바이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