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 가을의 바람여행

 

김 익 택

 

 

 

 

 

 

 

바람의 그림자가 길을 나섰다

아직까지 가지에 매달린 노란 은행잎이

고개를 살랑대며 그네를 타고 놀고

이슬에 젖은 쑥부쟁이 꽃이

태양을 향해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바람이 존재 가치를 각인하려는 듯

심술궂게 단풍잎에 입 바람을 혹 불었다

단풍잎이 팔랑개비처럼 돌다

담벼락 모서리에 부딪혀 정신을 잃었다

말라야 썩지 않는 곶감이 일제히 허술 춤을 추었다

배고픈 까치가 앙상한 감나무 가지에 앉아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서리가 바람을 부르다

 

김 익 택

 

 

 

 

 

 

입동이 가을 끝을 기다리 있는 11월

바람이 서리를 불렸다

나무를 떠난 잎보다

나무 가지에 붙어있는 잎들 더 외로워 보였다

바람이 가지에 매달린 온전치 않는 잎을

매몰차게 때렸다

가을 바람이 겨울 얘기를 했다

자연의 섭리를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고

 

 

오늘 하루는

 

김 익 택

 

 

 

 

 

 

 

아침은 빨리 가자 하고

저녁은 빨리 오라 하는

해 짧은 동짓달같이

나이가 들면

봄날 해바라기는 신약

가을 날 해바라기는 보약

옛날 어른 말씀

꼭 겪어 봐야 깨닫게 되는 것인데

너도 나도 오늘 하루

한파가 몰아쳐도 귀중한 하루

시련은 삶의 일부

매사 유비무환 하라는 가르침이다

동트는 새벽

 

김 익 택

 

 

 

 

눈 어두운 바람이 청소를 하는 이른 아침

오늘 하루도 삶 답게 살아야 한다고

태양의 붉은 심장이 황금빛으로

사랑의 메시지로

어둠에 잠든 삼라만상의 삶들을 깨우고 있다

 

삶의 길

 

김 익 택

 

 

 

 

 

 

한 사람의 생애를 돌아보면

누구나 점철된 희노애락의 삶이 있다

죽음을 친구처럼 생각할 만큼 괴로운 시간

온 세상이 나를 위한 축복인양 행복한 시간

그 모두 똑 같이

세월이 흐른 뒤 돌아보면

나를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든 계기가 되고 전환점이 된 시간

삶은

전자와 후자 풀어야 영원한 숙제일 뿐 다름 없다

 

 

12월의 첫 추위

 

김 익 택

 

 

 

 

 

 

 

바람 속에 햇살이 고마운 12월

나무가지가 우는 것인지

직박구리가 우는 것인지

방바람을 만난 양

창 밖 풍경이 추워 보여서

방으로 들어와 이불을 덮는다

 

 

 

외침

 

김 익 택

 

 

 

 

 

서리꽃 피는 날

응달의 언 땅이 일어나 만세를 불렸다

명분은 간단했다

스스로 항거할 수 없는 힘을

비의 힘을 빌리고 바람의 힘을 빌려서

분연히 일어섰다

일어서서 녹아 넘어져 이동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태양을 본다는 것

비를 만난다는 것

바람을 만난다는 것

땅속을 벗어 나고 싶은 것이다

목적지도 모르는 채

 

자연의 진리 눈

 

김 익 택

 

 

 

 

 

아 몰랐습니다

저 태양이 하나님의 눈이고

저 바람이 하나님의 손길이고

저 눈비가 하나님의 삶의 선물이라는 걸

날마다 진리의 생명으로 살고

날마다 진실의 믿음으로 살고

그래도 모자라

내 양심의 내부 분열 통제하지 못하고

쉬운대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순간의 기분 순간의 감정 절제하지 못하고

옳고 그름 인내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왔음을

이년 12월이 왔어야

하늘을 바라보고

고개 숙여 땅을 바라보며

내가 있도록 도와준

태양과 땅 바람 비에 감사함을 느끼는

되돌아 보는 삶이 되는 것을

 

아니 벌써

 

김 익 택

 

 

 

 

 

 

바쁘게 살아도 못다한 일 많고

미루지 않아도 쌓이는 추억은

멀어도 가까운 새해가 오고서야

 

아니 벌써

 

점검 할 사이도 없고

정리할 사이도 없이 찾아 온 신년은

좋아서 웃고 행복해서 웃는 송년은

아무런 결과가 없다

 

아쉬움은 갚을 수 없는 복리이자

그냥 속수무책

올해도 그렇게

나이만 한 살 더 먹고 말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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