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가는 길을 돌아 세웠습니다

 

김 익 택

 

추위를 녹여 만든 붉은 꽃 속의

울음을 보았습니다

쉽게 피운 꽃 아니라고

바쁘지 않다면

잠시 머물렀다 가시라고

미소로 불러 세웠습니다

웃으면 좋고

울어도 이해가 되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추워서 고개를 외면하는

나를 보고 웃었습니다

북쪽 겨울 바람에 향기를 피웠습니다

 

 

 

우리 이제 그만 잊기로 해요

김 익 택

 

 

 

영혼까지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리 이제 그만 잊기로 해요

이해도 설득도 강요하는 사이라면

서로가 피곤 하잖아요

의심 없는 믿음이 되기를

내 욕심인가요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의심

이제 그만 하기로 해요

실수도 한 두번 용서도 한 두번

그 이상은 습관이고 기만이지요

자유로운 생활이 공동생활의 특권 아니지요

그대 곁에 내가 있음을 잊으면

자유로우 규범을 어기는 것이지요

사랑이 모든 것은 포용하는 것 아니지요

존중과 배려는 믿음의 기초이며

사랑하는 사람의 예의지요

믿음을 가볍게 생각하고 사랑을 우습게 생각하면

사랑하는 사람의 예의 아니지요

우리 이제 그만 잊기로 해요

 

 

너 밖에 없어

김 익 택

 

 

 

온종일 너 밖에 생각나지 않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네가 내 곁에 있음을 생각해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럴 수 없는 거지

언제부터 인지 모르지만

너는 삶의 우선순위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네가 좋아

언제 내게 자존심이 있었던가

너에게 나는 작고 초라한 걸 처음 알았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 밖에 없어

너를 만나고 오는 날은

내리는 비도 웃고 젖은 신발도 가벼운 걸

만나도 보고싶고

헤어져도 보고 싶은 건

우연으로 설명할 수 없잖아

사랑 아니면 이럴 수 없다고 생각해

말만 해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손만 잡아도 허공을 걸어가는 양 가벼운 것은

사랑 아니면 설명이 안 되잖아

떨리지 않으려고 침을 삼키고

말을 더듬지 않으려고 또박또박 말을 해도

내가 나를 통제할 수 없어

너 아니면 괜찮은데

너 없는 너를 생각만해도 숨이 막혀

나에겐 너 밖에 없어

 

 

 

창밖에 겨울비가 바람을 훑고 가고

 

김 익 택

 

창밖에 겨울비가 바람을 훑고 가고

은행나무 가가지에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커피를 마시던 숙녀 얼굴이

유리창문에 수채화를 그렸다

생각이 아팠던가

마음이 외로웠던가

들고 있는 커피잔이 빗물에 일그러졌다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숙녀 시선은 창 밖에 있었고

길거리엔 얼굴을 가린 우산이 바삐 걸어갔다

숙녀의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

몇시간을 커피 한잔과

속 깊은 대회를 하는 걸 보면

그곳 그 자리는

오늘 같은 날

남자가 있지 않았을까

비는 계속 창문에 흘러냈고

밖은 어둠이 깔렸다

숙녀는 여전히 꼼짝하지 않았다

삶을 위한 삶

 

김 익 택

 

 

삶의 어려움이 닥칠 때

이른 아침 태양을 보며 약속했지요

당신 매일 아침에 세상을 비추듯이

내가 나와 한 약속 지키겠다고

하지만 삶은

내가 극복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었지요

삶의 결과를

책임과 의무를 추궁하는 건 당연하지만

가만 있어도 시비를 걸고

죄 없어도 죄인같은 고통도 주었지요

인내가 삶이고 믿음이 희망이라는 거

가슴에 훈장처럼 새기며 살아도

대자연의 재해는

삶의 시험이라 하기에는 너무 큰 고통

극복보다 좌절이 먼저였지요

그럴때마다

노력은 끝이 없고 희망은 멀어 보여

나도 사람이라 울어도 보고 원망했지요

하루하루 바쁜 삶은

자유는 있어도 평화는 없었지요

그러나 나는 삶을 믿습니다

삶이 죽음보다 아름다운 것은

인류이래

믿음이었고 사랑이었음을

고통이 있어야 인내도 있고

절망도 있어야 희망도 있고

독재가 있어야 자유가 있음을

나는 믿습니다

삶의 모든 아픔은

사랑과 자유를 위한 향연

믿음으로 극복한 그들의 몫임을

나는 믿습니다

아침마다 태양이 떠오르듯이

나는 삶을 믿습니다

나는 희망을 믿습니다

나는 사랑을 믿습니다

 

 

동백꽃 낙화의 메시지

 

김 익 택

 

 

 

 

서로 원수 사이가 아니라면

언제 아름다운 이별이 있었던가

 

외로움과 그리움이

동사가 아니 듯 마음의 정체는

심장의 고동소리에 민감한 것이지

 

피고지는 것은 같은 삶

볼 수 있다는 것 볼 수 없다는 것

그 차이인데 이별은 매양 서러울까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 그보다

떨어진 뒤 아름다운

본래의 모습을 잃었기 때문일까

그리고 보면

내가 내 마음에 또 하나를

그릇된 편견을 고착화시킨지 모를 일이다

 

 

 

 

추억의 끈을 붙잡고

 

김 익 택

 

 

이 밤 되돌아갈 수 없는

추억의 끈을 붙잡고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청춘으로 돌아간다

돈이 악세서리였고

우정이 전부였던

잠을 잃어버린 청춘

그날로 돌아가

얼굴 붉도록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

십년 오십년 백년 오크통에서

익은 포도주 맛같이

추억은 아름다워도

친구들 소식 끊어진 오래

잠 안 오는 밤 홀로

백열등 불빛이 안내하는

어지러움속으로 빨려들어가

멍 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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