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과 동박이
김 익 택
꽃을 움켜주고 부리로 쪼아
꿀을 먹고 사는 너를
누가 나무랄 수 있을까
뜯어보면 볼수록
꽃도 예쁘고 너도 예쁘다
운명 그 말로 이해할 수밖에
꽃의 마음 모르고
동박이 마음 모르니
꽃의 청춘 그 시절에
마구 파헤치는 모습을 보고
내생각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지
머리를 물어뜯으면 사랑을 나누는 수달도 있고
사랑이 끝나면 수놈을 잡아먹는 사마귀도 있지 않는가
피는 꽃이 죄다 아름다운
새 생명으로 가득한 봄
매화와 동백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따는 너를 보면
꽃도 동박이도 애민함을 아니 느낄 수 없다
동백꽃의 애환
김 익 택
단 한번도 편안한 삶 있었던가
겨울은 춥고
배가 고파도 참아야 하는
적응의 대상 일뿐
화창한 봄날
꽃 몽우리를 떨구고 나면
여름은
태풍 장마 더위 3중 고통
일년 사시사철
푸르러도 푸른 삶 아니다
동백꽃의 운명
김 익 택
만물이 움트는 3월
어느 사형수
작두에 댕강 잘린 목같이
땅에 소복이 쌓인 동백 꽃
마음이 짠한데
청소부 아저씨 저승사자같이
말끔하게
마대에 담고 있다
찬비에 동백꽃이 떨어지고
김 익 택
먼 산에 무지개
하늘에 다리 놓고
동백꽃이 떨어지는 날
바람이 묻지 않아도
비가 아는 삶들은
땅속에서
새로운 삶 준비를 하고 있다
동백꽃이 지면 봄은
만남 없는 떠남
꽃과 잎은
평생 만남 없는 이별
인연 아닌 사연을 낳고
전설을 낳는다